이윤재 전 피죤회장, 노조와해뒤 경영복귀?

영업소 폐쇄·직원 대기발령
노조 “경영 챙기겠다고 말해”
회사 “할인점 위주 영업망 개편”

청부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은퇴를 선언한 이윤재(79) 전 피죤 회장(<한겨레21> 2011년 7월 870호 참조)이 영업소 폐쇄와 대기발령 등을 통해 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피죤지회 조합원 30여명은 17일 낮 서울 역삼동 피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임금 인상과 승진 등을 미끼로 회유해 5명이 노조를 탈퇴했고, 더 안 되니까 영업소를 폐쇄했다”며 일방적인 영업소 폐쇄와 부당 인사발령 철회를 촉구했다. 회사 쪽은 10일 전국 6개 영업소 직원 23명에게 3개월치 기본급을 받고 희망퇴직할 것을 통보하고 13일 영업소들을 폐쇄했다.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23명은 서울 본사 회의실에 출근만 할 뿐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5일 노조원 33명으로 설립된 피죤지회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8명이 영업소에서 근무해왔다.

이 전 회장이 경영 복귀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현승 지회장은 “사회 여론을 무마하려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던 이 회장이 지난 9월5일에는 본사 강당에 직원들을 불러 모은 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일 출근해서 경영을 챙기겠다’고 말했다”며 “약속을 저버리고 직접 나서 강제 희망퇴직 종용과 영업소 폐쇄, 부당 인사발령을 남발하며 노조 활동 무력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쪽은 이에 대해 “유통구조가 바뀌어 할인점 위주로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소 폐쇄는 어쩔 수 없었다. 이 회장 역시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22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임원을 폭행한 혐의로 2011년 12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청부폭행 문제로 대표 이사를 사임한 지 12일째인 2011년 11월7일 사내이사로 취임하고 장녀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줬다.

박유리 박수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