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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2월 18일] 안녕들 하십니까?

등록 2013-12-17 21:14수정 2013-12-24 09:44

한 대학생의 대자보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이제 전국적 현상을 넘어 나라 밖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대학생과 노동자가, 청소년과 학부모가, 평범한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이 손을 맞잡고 모두의 안부를 묻고 또 묻는다. 교정을 넘어 광장에서 넘실대는 대자보는, 휘발되는 댓글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찾아온 연대의 손길이다.

<한겨레>는 ‘안녕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싣는 ‘대자보판’을 지면에 마련하기로 했다. 전자우편(ruok@hani.co.kr)으로 이 시대 ‘안녕’을 바라는 이들의 사연을 받아 나누려 한다. 이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에 귀기울이는 것은 우리 모두 ‘안녕’해지기 위한 첫걸음이다.

후배 수정이 여러분 안녕들 하신지요^^

저는 국문과 99학번으로 집에서 5개월 된 딸아이를 돌보고 있는 평범한 졸업생입니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안녕들 하십니까’의 물결을 보며 저는, 한 친구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죽음으로 안녕하지 못했던 저의 11월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친구의 장례식에서 저는 그가 세상을 떠난 이유를 감히 묻지 못했습니다. 다만 추측만 할 뿐이었습니다.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챙겨 묻지 않더라도 어느 노래가사처럼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혼자만 노력해서 잘 살 수 없는 곳임에도 스스로를 잘 챙겨 살라는 무기력한 말밖에 하지 못한 제가 한동안 원망스러웠습니다.

삼성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고 삼성의 가전제품을 AS 하면서도 삼성 직원이 아니기에 부당한 처우를 감내했던 별이 아빠-고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은 제 아이의 백일 사진을 찍은 다음날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가의 한 살 생일도 함께하지 못하고 어떻게 먼저 세상을 떠날 수 있었을까. 그게 이해 안 되는 만큼이, 바로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의 고통이기에 인터넷에서 별이 사진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로의 안녕과 안부를 묻고,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확인하는 대학생들의 노력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가족과 친구의 안부와 안녕을 넘어서 내가 단골로 가는 카페 알바생의 안녕, 우리 학교 청소를 맡아주시는 분들의 안녕,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파업을 벌이는 철도 노동자들의 안녕 등도 말이지요.

성신에 입학해서 제가 가장 자긍심을 느꼈던 말은 ‘우리는 모순된 현실을 수정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이기에 수정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성신에서는 학생회 선거를 비롯하여 학생들이 자치를 실현하기 힘든 현실이지만 우리 후배들이 늘 이 말을 가슴에 안고 어디서든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바라봅니다.

-늘 수정대(성신여대)가 그리운 국문과 99학번 졸업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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