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영 평가보고서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저소득층이 다니기에는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일 이런 내용의 ‘자립형 사립고 시범운영 평가보고서’를 공개했다.
자사고 입학은 국·영·수 성적순? 보고서는 자사고의 선발 방식이 국·영·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전남 광양 광양제철고를 뺀 5개 학교에서 고난도의 심층면접 등을 통해 학생들의 국·영·수 실력을 평가했다. 또 대부분의 학교에서 토익·토플 성적, 경시대회 입상 실적을 중요한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했다.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6곳 모두 전체 학생의 15% 이상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한 기준을 채웠으나, 대부분 성적 우수자 장학금이었고 저소득층에게 지급된 비율은 매우 낮았다. 보고서는 “등록금과 수익자 부담 비용이 너무 비싸 애초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거의 입학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학부모들은 전반적으로 중류층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는 강원 횡성 민족사관고와 전북 전주 상산고, 부산 해운대고를 보면, 학부모 가운데 월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사람이 각각 35.4%, 21.6%, 19.6%나 됐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영세민 자녀에게 주는 장학금 수혜자는 3~5명 정도에 불과하고 액수도 등록금에 한정된 수준에 그쳐 가난한 학생들의 입학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교육 감소 효과도 없어= ‘자사고 지정이 사교육비 감소에 효과가 있느냐’는 물음에 학생은 5점 만점을 기준으로 2.57점, 학부모는 3.2점, 교원은 2.9점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실제로 자사고 학생 가운데 68.2%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고 학생들(54.8%)보다 더 높은 수치다. 월 평균 사교육비는 민족사관고에서 104만원으로 강원 지역 다른 일반고의 30만원보다 3배가 넘었다. 해운대고도 55만원으로 지역 일반고(46만원)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교육비가 그리 비싸지 않다는 일부 학교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 여전=대부분의 학교에서 특기적성교육이 일반고와 비슷하게 주요 교과의 심화보충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운영이 대학 진학에 맞춰져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사고 학생들은 5점 만점에 3.9점, 학부모는 3.7점, 교원 4.0점을 매겨, 일반고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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