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투자활성화 대책 후폭풍
의사협회·보건단체 반발 커져
“의료비 오르고 수익 빼돌릴 우려”
“원격의료도 환자들 부담 키울것”
시위·성명 등으로 연일 정부비판
의사협회·보건단체 반발 커져
“의료비 오르고 수익 빼돌릴 우려”
“원격의료도 환자들 부담 키울것”
시위·성명 등으로 연일 정부비판
병원(의료법인)이 외부 자본을 투자받아 건강보조식품·여행·온천·화장품 같은 상품을 파는 등 영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두고 ‘의료 민영화’ 논란이 격해지고 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와 의사단체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외부 자본이 병원에 들어와 돈벌이가 될 만한 각종 사업을 하면 병원은 환자를 위한 진료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하게 되면서 환자들이 내야 할 의료비는 폭등할 것이라며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민영화로 의료비 폭등 우려 지난 13일 정부가 병원의 부대사업과 병원간 합병을 허용하고 법인약국을 설립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을 담은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자 보건의료 시민단체와 대한의사협회는 곧장 반발했다. 이번 대책이 환자들의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동네의원을 망하게 해 환자들의 불편을 가져오면서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는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는 게 요지다.
이들은 원격의료 허용 역시 각종 의료기기 및 통신 장비를 환자들이 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더욱 쏠리는 문제가 있다며 이 역시 의료 민영화의 한 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원격의료는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일부에서 오해하는 의료 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 정부는 앞으로도 의료 영리화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도 다음날 복지부 기자실을 찾아 “원격의료는 사실상 동네의원 중심이고, 병원의 영리 목적 자회사 설립도 대부분의 의료법인인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규제 완화를 하자는 것이지 영리병원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시민단체와 의사단체는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며 경제부처가 중심이 돼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변명은 복지부 쪽이 한다고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의사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 추진을 비판한 데 이어 18일에는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연일 비판했다. 노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전국의 약 840개 병원에 영리법인 형태로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이들 자회사가 의료기기 공급, 의료기관 임대, 건강식품 및 화장품 판매 등 여러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도록 한 것은 근본 취지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 병원 수익을 자회사로 빼돌리나 이번 조처 가운데 민영화로 의심받는 부분은 현행법상 비영리법인으로만 운영 가능한 종합병원이 자회사를 세워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원의 수익이 자회사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의사협회는 영리법인 형태의 자회사가 설립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병원 소유주가 병원에서 발생한 수익을 합법적으로 영리 자회사로 빼돌릴 수 있게 된다며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 역시 이번 대책이 이명박 정부 시절의 영리병원 허용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비판한다.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8일 “정부가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지만, 지금도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병원들의 돈벌이 경영을 통제해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거꾸로 병원들과 부유한 투자자들의 돈벌이를 위해 최소한의 규제마저 제거해 의료 민영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접적인 영리병원 허용을 우회하기는 했지만,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 폭등에는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병원이 투자자의 돈을 받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의료기기 회사를 자회사로 둔다면 수익을 내기 위해 환자에게 엠아르아이(MRI)나 시티(CT) 등 고가의 영상 검사를 더 많이 받게 하는 등 과잉진료가 판을 칠 것이라는 우려다.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도 마찬가지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아예 영리병원 허용을 내세워 새로운 영리병원을 만들고자 했다. 이마저도 시민들의 촛불시위 등으로 무산되자, 박근혜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우회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아예 기존 병원마저 영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의 영리병원 허용보다 더 큰 의료비 부담을 환자들에게 지우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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