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228 뜨거운 안녕’ 행사에 300여명 모여
추위는 뜨거운 마음을 막지 못했다. 28일 낮 12시 서울 중구 청계 2가에서 열린 ‘응답하라 1228 뜨거운 안녕’ 행사에 모인 300여명의 학생과 시민들은 차가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와 정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뜨겁게 쏟아 냈다.
청계천과 행사 장소 주변으로는 그물망을 설치하고, 에이포(A4) 용지에 각자의 안녕하지 못 한 사연을 적어 달아 만든 ‘안녕의 벽’이 세워졌다. 시민들은 ‘쌍용차, 용상, 밀양, 철도노조가 우리의 미래가 될까 두렵습니다’, ‘노동자들도 인간이다’ ‘국민이 국가임을 모르는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 합니다’ 등의 다양한 생각들을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적었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파업하느라 얼굴보기 힘든 아빠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 안녕하지 못 합니다’라고 적은 철도노조 파업 조합원의 가족 사연도 눈에 띄었다.
행사에 참가한 문승호(25·고려대 사학과 4학년)씨는 “대자보가 처음 붙은 이후에 단순히 이런 상황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상황을 이끌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싶어 나왔다”며 “오전 10시부터 행사 장소에 나와 준비를 돕고 있는데, 지나가는 시민들도 안녕의 벽에 사연을 적어 넣는 등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사전 공연을 시작으로 천하제일 하소연대회와 안녕의 벽 만들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사전 공연은 안녕들 하십니까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공연을 신청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사 자금 역시 소셜 펀딩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마련했다.
홍대 클럽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는 ‘불편해 버스’는 “뮤지션이기에 앞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 가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었다. 요즘 상황은 많이 답답한 편”이라며 공연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틀어막은 입을 열어 자유롭게 노래할거야”라는 가사가 담긴 ‘브레이크 다운’을 열창했다. 공연에 참가한 임승복(29)씨 “주로 홍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왔다”고 말했다.
진행 요원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온 이들이다. 2010년 독일에서 유학 와 수원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팀 슈트리삭(23)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독일에서는 어려서부터 의견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부와 사회에 대한 비판이 일상적이고 학교 안에서도 행동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많이 보지 못 했는데, 이번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보니 감동적이었다”며 “행복하지 못 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는 활동과 노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마음에서 하루 동안 ‘대중교통 파업’을 생각했다”며 “자전거를 타고 2시간 동안 서울로 왔다”고 말했다.
각자의 안녕하지 못 한 사연을 말하는 하소연 대회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대전에서 올라온 이민지(16)양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병원 값이 오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학교에 의료 민영화와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는데 학교에서 이를 떼어 버렸다”며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지만 앞으로 제가 살아갈 세상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힘 뭉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청소년 안녕들하십니까’ 부스가 따로 설치돼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 붙인 대자보를 학교가 일방적으로 떼거나, 대자보를 붙이면 징계를 하겠다고 나서는 일을 항의하며 교육청에 보낼 항의 서명을 시민들로부터 받았다.
지난 22일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는 것을 보고 시위에 나섰다가 연행까지 됐다는 양효영(22)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1년이 10년은 된 것 같다. 국민행복시대를 만든다고 했는데 정말 행복하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행사를 마친 뒤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해 철도노조 파업 및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동참했다. 처음 대자보 붙인 주현우(27)씨는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약 1000여개의 대자보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붙었다. 이제 안녕하냐는 물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행동이 없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앞으로의 방향을 다 함께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승헌 방준호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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