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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녕을 묻는 영화에 뜨거운 응답

등록 2014-01-01 20:13수정 2014-01-02 10:53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변호인’ 열풍 왜?
개봉 2주만에 600만 돌파
“부당현실 여전히 개선 안돼”
“후퇴한 민주주의 일깨워”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영화표 올려놓는 이들도
1980년대 학생운동 소홀 한계
영화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둠 속에 흐느끼던 이들도 손뼉을 쳤다. 시사회나 영화제가 아닌 보통 극장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지난 12월31일 저녁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영화관은 북새통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관람으로 보내려는 이들이었다. 자녀와 함께 온 40~50대 부부, 송년모임을 겸해 모인 20~30대 직장인 등 다양한 남녀노소가 함께 웃고 울었다.

<변호인>은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개봉 2주 만인 1일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다. 연말과 새해 첫날, 이틀 새 100만명이 관람했다. 관객 1362만명으로 역대 흥행 1위인 영화 <아바타>가 600만명을 넘어서는 덴 17일이 걸렸다. <변호인>을 ‘부모님 모시고 보러가자’거나 ‘재관람 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1987년 6월 항쟁 장면에 해당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제 사진이 인터넷에서 퍼날라지고 있고, 노 전 대통령 묘소에 <변호인> 영화표를 올려놓는 이들도 생겼다.

이 영화가 다루는 ‘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군사정권이 집권 직후 일으킨 부산 지역 사상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이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은 고문당한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영화 전문가나 시민들은 <변호인>에 시대와 호흡하는 힘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녕 못한 우리 민주주의’의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 김지영(42·여)씨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때나 지금이나 자기 눈 앞의 이익에 목맬 수밖에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많은데, 그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부당한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객 이상규(32)씨는 “영화를 보고 나서 제목인 ‘변호인’이 새삼 뜻깊게 다가왔다. 폭압적인 국가 공권력으로부터 시민의 기본권·인권을 지킨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황진미씨는 “지난 정부 때부터 민주주의의 기본정신과 시민의 정치적 권리가 급격히 훼손당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삶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지난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대두한 ‘경제민주화’도 후퇴 중이다. 영화는 민주주라는 시대정신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잘 짜인 만듦새와 배우들의 열연도 관객들을 잡아끈다. 특히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이 영화를 일종의 ‘성장영화’로 만들면서 관객의 몰입과 공감을 끌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관객 조아무개(40·여)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해서 그를 보러 왔는데, 노무현이 아니라 송강호를 봤다. 당장 먹고살기 급급해 사회에 관심은 갖기 어렵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 부채감과 답답함을 갖고 살아온 소시민을 잘 그렸다”고 평가했다. 황진미씨는 “송우석 변호사가 법정에서 ‘국가가 국민입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정권이 정상적이지 않으면 국민들이 바꿀 수 있다는 것, 민주주의의 본질이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 영화가 1980년대 노동·학생운동을 소홀히 한 채 자유주의적 시민운동을 당시 민중운동의 실체로 채웠다는 아쉬움이다. 문화평론가 이택광씨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로서 가장 전투적인 집단이었던 대학생들을 나약하게만 그려서 아쉬웠다.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회귀하면서 ‘진보’의 입지가 줄어들 대로 줄어든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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