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중인 청소노동자들이 붙이는 대자보 1건당 100만원씩을 물게 해달라고 중앙대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낸 것을 풍자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중앙대 법학관 건물에 붙어 있다. 중앙대 학생 제공
학교쪽 강제부과신청 ‘풍자’
다른 대학 학생들도 보내와
다른 대학 학생들도 보내와
중앙대에 ‘100만원짜리 대자보’가 나붙었다. 파업중인 청소노동자들이 대자보를 붙이면 1회에 1인당 100만원씩을 물게 해달라고 중앙대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자, 학생들이 이를 풍자하는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한겨레> 1월3일치 12면 참조)
중앙대 학생들은 학교의 가처분신청 소식을 접한 뒤 지난 4일부터 이 학교 본관과 법학관 등에 ‘이 대자보는 100만원짜리입니다’, ‘그들의 외침을 100만원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도 100만원짜리 대자보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잇따라 붙이고 있다. 이들은 “학교 쪽의 가처분신청은 한달 월급이 120만원가량인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지나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대자보를 붙인 장민경(21)씨는 “파업중인 청소노동자들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고충을 이야기한 대자보를 붙였는데, 학교가 여기에 100만원이라는 가격을 매겼다는 말을 듣고 학교의 주인인 학생과 노동자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곳이 우리 학교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용기 내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앙대생 강아무개(24)씨는 대자보에 가짜 100만원권 지폐를 함께 붙인 뒤 “대학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공간이다. 100만원이 없어도 자보를 붙일 수 있는 대학에 다니고 싶다”고 적었다.
중앙대뿐만 아니라 고려대·숭실대·서울시립대·한국예술종합학교 등 다른 대학 학생들도 중앙대로 대자보를 보내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숭실대에 다니는 박소연(23)씨는 “학교가 청소노동자의 말할 권리조차 빼앗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대자보를 붙였다”고 말했다. 한예종에 다니는 한 학생은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의 기업광고를 패러디해 “사람이 미래다(단, 파업 노동자는 빼고)”라는 대자보를 중앙대에 붙였다.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나 대자보 등을 보내주면(cauokay@gmail.com) 한 건당 가짜 돈 100만원을 적립하는 ‘의혈 안녕 기금’ 조성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노래 한 곡 값은 제가 대신 내겠다’, ‘대자보 값 대신 내드릴 테니 마음껏 쓰세요’ 등 중앙대를 비판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글·사진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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