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4일 열린 숭례문 복구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2013. 5. 4 / 청와대사진기자단
‘너무 힘들다’ 유서 남기고 자살
경찰 “협박 여부 확인된바 없다”
경찰 “협박 여부 확인된바 없다”
숭례문 복원공사에 러시아산 소나무가 쓰여 부실하게 이뤄졌는지 검증 책임을 맡았던 국립대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 박아무개(57) 교수가 18일 오후 3시15분께 학과 재료실에서 컴퓨터 전선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사건 당일 박 교수는 부인과 점심 약속을 했지만 서너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이를 의아하게 여긴 부인이 학교에서 수소문을 하던 중 학과 재료실에서 발견됐다. 박 교수의 양복 주머니에서는 ‘너무 힘들다. 먼저 가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나왔다.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는 박 교수 말고 사건 앞뒤로 학과 재료실을 드나든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 교수에게 외상이 없고, 숨진 장소인 학과 재료실을 출입한 사람이 없으며, 최근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했다는 유족 진술 등으로 미뤄 박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부검은 유족들이 반대하는 까닭에 하지 않기로 했다. 청주흥덕경찰서 수사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협박 가능성은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목재 전문가인 박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문화재청이 꾸린 숭례문 복원공사 종합점검단에서 건축·재료 분야 점검을 맡아왔다. 특히 숭례문·광화문 복원공사에 쓰인 소나무 일부가 값싼 러시아산으로 바꿔치기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한 검증 작업을 해왔다. 숨지기 하루 전인 17일에는 숭례문에서 채취한 목재 표본 19개 가운데 2개는 금강송이 아닌 것이 유력하고 5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