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 함께 살면서 조폭들과 끈끈한 인연 맺어
수시로 청탁 해결해준 댓가로 수천만원어치 금품·향응
수시로 청탁 해결해준 댓가로 수천만원어치 금품·향응
조직폭력배를 잡아야 할 강력반 경찰관이 조직폭력배와 동거하고, 수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까지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2008년 6월부터 2010년 7월까지 강력반 형사로 근무하던 조아무개(40)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이리 중앙동파’ 조직원 김아무개씨와 2006년 6월부터 2009년 3월까지 1년 9개월 동안 함께 살았다. 조씨는 김씨와 친분이 있던 ‘장안파’ 행동대원 박아무개(37)씨와 정아무개씨, ‘청량리파’ 행동대원 이아무개(37)씨 등을 사귀며 조직폭력배와의 관계는 깊어갔다. 경찰 생활 15년 가운데 7년을 강력반에서 근무했던 조씨였다.
장안파 조직원 정씨는 조씨에게 2007년부터 수시로 청탁을 했다. 정씨는 조씨에게 지인의 직장 상사 고소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고, 다른 지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의 불법 영업 단속을 하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조씨는 이런 청탁을 받으면서 룸살롱 등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조씨는 정씨에게 자신이 ‘사건 처리에 힘을 써줬다’며 먼저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2008년 4월 정씨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 사건으로 체포됐다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영장이 기각돼 풀려나자, 조씨는 “사건 담당 형사에게 부탁해 일이 쉽게 풀린 것”이라며 서울 강남의 룸살롱에서 200만원 상당의 술을 대접받고, 이 자리에서 100만원을 건네 받았다. 그러나 정씨는 재청구된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됐다.
구속되어 재판을 받던 정씨는 2009년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났다가 그 뒤 법정에 나오지 않아 지명수배됐다. 조씨는 지명수배된 정씨로부터 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정씨가 지명수배된 사실을 알고도 경찰인 조씨가 정씨를 검거하지 않았으니, 경찰 공무원의 직무도 유기한 셈이었다. 조씨는 그렇게 직무를 유기한 채 2008년 6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정씨에게 1380만원 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조씨는 정씨에게 도피 관련 조언도 해줬다. 도주 중이던 정씨한테 2010년 3월 “잘 피해 다녀라. 검문 등에 걸리면 나에게 전화해라. 제주에 있으면 관광객도 많고 검문이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량리파 조직원 이씨는 정씨를 위해 고급 외제차를 자신의 명의로 등록해 건넸다.
정씨와 같은 장안파에 몸담았던 박씨는 조씨에게 수사 편의를 청탁하겠다며 정씨 어머니한테 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2009년 4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감되어 있던 정씨가 박씨에게 “조 형사에게 부탁해 수사 접견이라도 오게 해달라, 어머니 특별접견을 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했다. 정씨 어머니는 그 댓가로 박씨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3일 조직폭력배한테서 돈을 받아 챙기고, 수사 편의를 봐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등을 적용해 조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지명수배된 정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 등으로 박씨와 이씨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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