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탈북한 딸에 일부승소 판결
1950년 한국전쟁 때 북한에 끌려간 주민이 남한에서 실종 처리돼 상속권을 잃었더라도 상속 당시 생존한 사실이 확인되면 상속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상 북한 주민이 상속 회복 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을 정해놓은 별도 규정이 없는 가운데 나온 첫 판결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서영효 판사는 한국전쟁 때 북한에 끌려가 실종 처리된 이아무개(1932년생)씨의 딸(45)이 친척들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 회복 청구소송에서 “선산 315분의 45 지분의 소유권을 이전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 성남중에 다니던 이씨는 1950년 북한으로 끌려갔고 1977년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았다. 북한에 살아있던 이씨는 2004년 5월 중국에서 사촌 동생 등과 만났다가 적발돼 조사를 받다가 2006년 12월 숨졌다. 이씨 실종 선고 이듬해인 1978년 충남 연기군 선산의 땅 5만여㎡이 다른 가족들에게 상속됐다.
북한에서 태어나 탈북한 이씨의 딸은 “할아버지가 재산을 물려줄 때 부친이 살아있었으니 상속 자격이 있었다”며 2011년 소송을 냈다. 이씨의 딸은 지난해 11월 실종 선고 취소 판결도 받아냈다.
법정에서는 37년 전 실종 처리된 이씨에게 상속 자격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2012년 5월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11조는 “상속권을 침해받은 상속권자가 상속 회복 소송을 내게 돼 있는 민법 999조 1항에 따라 북한 주민도 소송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민법 999조 2항은 상속권이 침해된 지 10년 안에 소송을 내도록 제한하고 있다.
서 판사는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민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상속을 제때에 받을 수 없었던 북한 상속인이 사실상 상속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특례법이 민법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10년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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