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의 3분의 2가 넘는 학생들이 종교시설에서 따로 교육을 받겠다며 열흘 가까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학교 쪽의 설득에도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등교시킬 수 없다는 태도다.
13일 충남도교육청과 학부모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천안시 광덕면 보산원초등학교 일부 학부모들은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이달 4일 학교로 가서 아이들을 더는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4일 결석생은 3명이었지만 이튿날 22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수업일 기준 8일째인 이날 현재 1~6학년 28명이 등교하지 않고 있다. 특히 2·3학년은 출석생이 1명도 없다. 전체 결석생 수는 보산원초교 전교생 39명의 72%에 이른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유로 자신들이 집단거주하는 마을의 ㄱ교회에서 마련한 프로그램 참석을 들었다. 이아무개(47) 학부모 대표(학교운영위원장)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존 제도권 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한 부모들이 오랫동안 대안교육이나 홈스쿨링을 고민해왔다. 우리 아이들을 바른 교육을 시키고 인성을 고루 갖추게 할 수 있다면 법적인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영어·노래도 배우고 사회성을 기르는 동영상이나 게임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사들이 모두 교회 신자들이고 종교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들이 사는 ㅇ마을은 1990년을 전후해 신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고, 지금은 600여명이 ㄱ교회를 중심으로 단지를 이뤄 집단 거주하고 있다.
학교 쪽은 학부모들을 만나 학생들을 등교시킬 것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천안교육지원청과 보산원초교 교사들, 학부모 대표가 만났지만 학생들의 등교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이현진 보산원초교 교감은 “14일이 졸업식이고 바로 봄방학이어서 새학기 개학을 앞둔 이달 말까지는 협의할 시간이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언제까지 학생들을 결석시킬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은 의무교육을 위반할 경우 보호자에게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천안/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