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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약은 균형, 운영은 친미…성적 매긴다면 ‘C’”

등록 2014-02-17 19:22수정 2014-02-17 21:17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지난 1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오는 20일 한반도평화포럼 등 5개 단체가 주최하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통일외교안보분야 평가 토론회’에서 발표할 박근혜 정부 1년 외교정책 평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지난 1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오는 20일 한반도평화포럼 등 5개 단체가 주최하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통일외교안보분야 평가 토론회’에서 발표할 박근혜 정부 1년 외교정책 평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싱크탱크 광장] 김준형 교수의 ‘박근혜정부 1년 외교’ 평가
박근혜 정부가 25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trustpolitik)와 ‘균형외교’(alignment)를 공약으로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외교, 안보, 통일정책은 몇점을 받을 수 있을까?

국회한반도평화포럼, 시민평화포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한반도평화포럼 등 5개 단체가 주최하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통일외교안보분야 평가 토론회’는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의 외교, 안보, 통일정책을 평가해보는 자리다. 오는 20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 언론회관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리는 이 자리는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서 앞으로 남은 4년간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 예측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토론회에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외교 분야에 대해, 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안보 분야에 대해, 정현곤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이 통일정책 분야에 대해 각각 지난 1년간을 평가하는 발표를 하고,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인명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이 가운데 외교 분야와 안보 분야의 평가 쟁점이 뭔지 짚어본다.

20일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통일외교안보분야 평가 토론회’에서 외교 분야 발제자로 나서는 김준형(51)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균형외교를 공약으로 당선됐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여전히 친미동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정부가 “이미지 외교를 앞세우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중 갈등의 격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거의 안 돼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앞으로 4년간의 본무대에서 국제관계 변화에 대해 능동적으로 헤쳐나갈 능력을 키워가지 못했다”며 지난 1년간의 박근혜 정부 외교정책 성적을 시(C) 등급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국가와 재벌 관계’를 주제로 국제정치학 학위를 받고 1999년부터 한동대에서 교육과 연구활동을 해왔으며, 한반도평화포럼 회원으로서 활발한 집필활동을 해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1년에 대한 대중적 평가가 어떠한가?

“시기와 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현시점에서 50% 중반대의 견고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당선 당시 득표율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웃돈다는 것은 꽤 선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내치에 관해서는 경제민주화 및 복지공약 불이행, 인사정책 실패, 그리고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등에 대한 대처 미흡 등의 평가를 받고 있지만, 대외관계는 상대적으로 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효과는 이명박 정부의 ‘재난에 가까운 외교 실패’에 대한 반사효과의 측면이 존재한다고 본다. 또 대북관계에서도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대화가 안 되는 원인을 북쪽이 제공했다는 평가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중의 긍정 평가는 상당 부분 박 대통령의 ‘이미지 외교’에 힘입은 측면도 있지 않나?

“그런 측면이 있다. 일단 정상외교와 해외 순방외교의 ‘그림’이 좋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해외순방이나 정상회담 직후에는 거의 어김없이 지지율이 상승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 방미 때 지지율이 6%가 오르는 등 해외순방 때마다 지지율이 5%포인트 이상씩 올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진보정권 10년과 이명박 정부 사이의 중도적 입장을 보인 데 대해 대중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의 중요한 대선 승리 요인 중 하나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 및 친미일변도 외교와 분명한 선긋기를 하면서 진보적 어젠다를 발 빠르게 선점했던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가 그 대표적 정책이다. 이론적으로 ‘균형외교’라는 개념 속에 한-미 동맹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기조는 유지하지만, 나날이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도도 담았다고 본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실제 외교정책 운용은 그런 공약과 달랐던 것 아닌가?

“그렇다. 가령 대북정책에 관해 살펴보면, 신뢰 프로세스가 이명박 정부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진정성과 행동변화만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외교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친미일변도의 외교만 고집함으로써 수교 이후 최악으로 흘렀던 한-중 관계를 복원하려고 노력한 점이 인정되기는 한다. 대통령 취임 이전 당선자 시절에 전례를 깨고 미국에 앞서 중국에 특사를 파견함으로써 사전 정지작업을 했고, 취임 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한 점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한-중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은 별로 없다. 미-중 또는 중-일의 갈등 위험이 커지고 있는 현 구도에서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상황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외교는 여전히 한-미 동맹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한-미 동맹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한-미 동맹이 지난 60년간 지속되면서 군사안보 분야를 넘어 사회규범과 정체성마저 일체화됐다. 한-미 동맹은 이제 신화나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미국에 대한 이러한 지나친 의존이 균형외교를 어렵게 했다. 동북아에 부활하고 있는 대결적 진영외교를 반대해야 하는 당위성은 너무나도 분명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미국의 전략에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편입되었기에 운신의 폭은 점점 좁아졌다고 본다. 그렇게 그늘을 깨지 못하면서도 무기판매나 원자력협정, 주둔분담금, 미사일방어(MD) 문제 등에서 발언권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증거다. 특히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 한국은 어떤 입장도 제기하지 못했다.”

외교정책 국민평가 괜찮지만
이명박 정부 실패 반사효과도

한중관계 복원 노력 인정되나
미·중 갈등 격화 대비 안돼있어

개방 유도보다 행동변화만 요구
남북신뢰프로세스 방향 빗나가

실용보다 이미지·이념 내세운 1년
겉으론 화려했으나 치열성 없어

─미국은 더 나아가 오는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리라는 예측이 많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중인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의 성패는 한국과 일본의 참여와 군사비 분담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금 당장은 아베 정권의 우경화 드라이브와 미-중 협력관계 조성이라는 두 변수로 인해 미국의 구상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래 이 전략의 중심에 내포된 중국 봉쇄의 근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미-중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경우 한국은 일본과 함께 대중봉쇄의 첨병 역할을 담당할 여지가 남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소강 또는 과도적 국면이 한국이 서둘러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끌어냄으로써 강대국의 권력재편에 휘말리지 않을 마지막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변화를 시도할 의지와 전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아시아 지역의 주요한 국가간 역관계와 미래 변수들을 어떻게 보나?

“현재 한반도 주변은 미-중 패러독스, 아시아 패러독스, 한반도 패러독스가 중첩적으로 교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중 패러독스가 가장 거시적인 변수다. 두 나라가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 증대와 갈등 심화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는 역설현상이다.

아시아 패러독스는 전세계가 동아시아를 경제발전의 새로운 엔진으로 이해하고 관심을 돌리고 있음에도, 정작 중심 국가들인 한국, 중국, 일본의 갈등과 대립은 확대일로에 있는 역설을 가리킨다. 마지막 세번째 층위가 한반도 패러독스다. 남북한의 국력은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음에도 평화공존의 가능성은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런 3중 패러독스 중에서도 중국과 미국의 관계설정이 가장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현시점에서 미·중 양국은 협력을 원하고 갈등을 피하고자 하지만, 상대에 대한 의심의 눈길 역시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미국을 최대 안보 파트너로 맺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딜레마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제 시험무대라고 할 수 있는 집권 1년이 지나고 나면 본무대 4년이 다가온다. 그 4년 동안 미-중 패러독스가 심화되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은 그야말로 큰 시험에 들 것 같다.

“그렇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외교 행보를 살펴보면, 나머지 4년은 기대보다 우려를 낳게 한다. 중도론과 균형론을 내세웠지만 실행 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북정책은 물론이고 대미관계와 대중관계의 조화에도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과오를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이미지를 중시하고 실용보다는 이념과 원칙을 앞세운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여성 대통령의 장점을 살린 우아한 외교가 겉으로는 화려했을지 모르지만, 국가의 핵심이익을 위한 치열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점수를 준다면 얼마나 주고 싶은가?

“지난 2월5일 국무조정실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지난 1년간 국정과제에 대한 각 부처 평가를 보면, 외교는 에이(A) 학점을 받았으며 부처별 순위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희망적 사고가 담긴 것이든 착각이든 국민의 폭넓은 지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시(C) 학점 정도를 주고 싶다. 나름 노력한 구석도 있지만, 미래에 다가올 불안요인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비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진정한 시험대는 지금부터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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