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협조없인 수사 쉽지않아
중 사법공조땐 ‘위조’ 확인 수월
중 사법공조땐 ‘위조’ 확인 수월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국가정보원·검찰 쪽 문서가 사실상 ‘위조’라는 잠정 결론이 28일 나오면서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진상조사도 전환점을 맞았다. ‘위조가 아닐 수 있다’는 태도에서, 이제는 ‘누가 위조를 했는지’를 밝히는 쪽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밝힌 3건의 중국 공문서 취득·전달 과정에 모두 연루된 국정원 직원 이인철 선양주재 총영사관 영사를 이날 오전 10시부터 불러 밤늦게까지 강도 높게 조사했다. 이 영사를 상대로 중국 화룡시 공안국에서 발급받았다는 유우성(34)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과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의 답변서 등을 취득·전달한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영사한테 문서를 건넨 제3의 국정원 직원 및 연루자들을 특정해 이들도 조사해야 한다. 검찰 진상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윤갑근(50)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문서 작성·전달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을 모두 조사할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올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증거조작 의혹을 규명하려면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와 이 영사 등의 진술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정원과 국정원 직원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정원 직원법 23조는 수사기관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때와 수사를 마친 때에 지체없이 국정원장에게 그 사실과 결과를 통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품 등에 관해서는 해당 관공서의 승낙이 없으면 압수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정원의 압수수색 승낙이 있어도 정보기관의 특성상 내부구조 등을 알기 어려워 국정원의 협조 없이는 실질적인 수색이 불가능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도 지난해 4월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때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았지만, 메인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은 남 원장의 반대로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은 일단 한·중 사법공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이 허위 문서작성 및 유통에 관여한 이들의 진술 내용 등 조사보고서를 보내준다면 검찰로서는 짐을 덜 수 있다. 검찰은 위조라는 사실을 확정짓기 위해서도 중국 정부가 실제 중국 기관에서 사용하는 도장을 보내줘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 역시 사법공조를 통해 협조받기를 바라고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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