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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돈주고 공문서 위조·진술 짜깁기…국정원 ‘총체적 조작극’

등록 2014-03-07 21:42수정 2014-03-09 10:36

<b>검찰 ‘국정원 조작’ 밝혀낼까</b>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는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유우성씨 변호인이 제출한 문서에 찍힌 도장이 서로 다르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으며, 중국대사관 쪽은 검찰이 법원에 낸 자료가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국정원의 문건위조 개입 여부에 대해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뉴스1
검찰 ‘국정원 조작’ 밝혀낼까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는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유우성씨 변호인이 제출한 문서에 찍힌 도장이 서로 다르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으며, 중국대사관 쪽은 검찰이 법원에 낸 자료가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국정원의 문건위조 개입 여부에 대해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뉴스1
거짓 밝혀지는 ‘간첩사건’ 증거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시도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가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와 중국 공문서 위조 대가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의 유서가 7일 공개되면서 국정원이 창작한 ‘조작극’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유우성(34)씨에게 간첩 혐의를 씌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진술을 제멋대로 꾸며내고, 국가예산을 써가며 다른 나라의 공문서까지 위조해 법원을 속이려 한 것이다.

김씨가 자살을 시도하며 남긴 유서에서 ‘2개월 봉급(600만원)과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이라고 적은 것은 국정원이 중국 공문서 위조를 지시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가짜서류 제작’ 명목으로 국정원과 김씨 사이에 돈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문서를 위조하는 데 국가예산을 썼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국정원은 매달 ‘봉급’ 300만원씩을 지급하며 협력자를 관리해왔다. 그동안 국정원은 증거 조작을 뒷받침하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이 나올 때마다 ‘문서 발급은 정상적이었다’고 주장해왔는데, 김씨의 유서가 사실이라면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출입경기록 중국서 위조라고 하자
가짜 사실조회서 만들어내고
변호인쪽 반박에 다시 위조답 변서
국정원 제출 자술서도 조작돼

검찰도 국정원 증거 의심 안해
대공수사 ‘견제없는 협력’ 탓

국정원 “1천만원은 다른문건 대가”
일상적 문서조작 시인한 셈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국정원이 김씨 유서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김씨가 입수한 문서에 대한 비용은 이미 지불했고, 1000만원은 이번에 문제된 것와는 전혀 별개의 문건에 대한 대가’라고 밝힌 점이다. 이 해명이 맞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이 수시로 돈을 주고 문서 조작을 하고 있음을 시인하는 꼴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위조 정황을 종합해보면, 증거조작 사건의 전체 구도는 애초 법원에 낸 중국 공문서의 위조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국정원이 위조된 공문서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잇따라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흘러가고 있다. 거짓말을 거짓말로 계속 덮으려다 참극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국정원·검찰이 법원에 낸 세가지 문서가 모두 위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유씨의 간첩 혐의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된 중국동포 임아무개(49)씨의 자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외국 공문서에 이어 진술까지 싸잡아 조작한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국정원이 왜 이렇게 무리를 하며 유씨한테 간첩 혐의를 씌우려 했는지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규정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흠집내려고 증거를 조작하면서까지 유씨를 옭아매려 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져 곤경에 빠진 국정원이 간첩 사건을 터뜨려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증거조작 사건은 대공사건에서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해온 검찰 공안부와 국정원 사이에 견제가 전혀 없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국정원이 정보수집 활동으로 확보한 증거를 검찰이 ‘동업자 정신’으로 믿고 수사의 증거로 삼는 관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대공사건에선 이제 국정원과 선을 그어야 한다. 국정원이 수집한 증거가 조작됐는데도 이를 걸러내지 않고 재판부에 낼 경우 결국 최종 책임은 기소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에 있다. 검찰이 앞으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정원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없애거나 적어도 우리 국민에 대한 수사권은 제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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