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현관에 국정원 직원들이 서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개입’ 이어 현정부서 두번째
검찰, 증거조작 한발 늦은 수사
박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서
“증거위조 논란 매우 유감
문제 드러나면 바로잡을 것”
검찰, 증거조작 한발 늦은 수사
박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서
“증거위조 논란 매우 유감
문제 드러나면 바로잡을 것”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10일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이 국내에서 인터넷 게시글·댓글 활동을 해 대선 및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지 채 1년도 안 돼 이번엔 국외에서 공문서를 위조해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다. 2005년 ‘삼성 엑스(X)파일’로 불거진 불법도청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것까지 합치면 사상 세번째 압수수색이다.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 자체가 세계 정보기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은 10일 오후 5시께부터 서울 내곡동의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팀을 국정원에 보내 대공수사팀 등 증거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관련 사무실에서 내부 문건과 내부통신망, 컴퓨터 서버 등의 전산자료, 증거조작 사건 관련 수사기록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에는 노정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등 수사팀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명이 투입됐다. 검찰은 지난 주말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뒤 이날 국정원의 협조를 받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 증거자료의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국가 정보기관이 국기문란 사건에 휘말려 갈수록 파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2005년 8월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가 정·관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불법 도·감청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 사건 때 처음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번엔 간첩 사건과 관련해 중국의 공문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다. 국내외에서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해 잇따라 망신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쯤 되면 국정원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공적인 안보 역량을 갖고, 국내에선 대선에 개입하고 국외에선 외국 공문서를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국정원이 존재해선 안 된다. 외국 정보기관으로서도 매년 압수수색을 당하는 국정원과 정보 교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이 과연 실효성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국정원은 내부 시설이 공개되지 않아 검찰도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국정원의 안내에 따라 압수수색을 진행해야 한다. 지난달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기자회견을 열어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한 지 25일 만에 이뤄져 국정원이 관련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해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 때 남재준 국정원장이 협조하지 않아 검찰이 증거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적이 있다. 김정필 석진환 기자 fermat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