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사문서 위조’로 영장 청구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은 14일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국가정보원에 전달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로 국정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선 국가보안법의 ‘날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도 검찰이 이를 적용하지 않아 여전히 국정원을 감싸고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김 사장’이라고 불리는 국정원 직원을 만나, 간첩 혐의 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문서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씨는 중국으로 들어가 정황설명서에 대한 허위 답변서를 삼합변방검사참이 발급한 것으로 꾸며 국정원에 전달했고,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이를 받아 법원에 증거로 냈다.
국가보안법은 ‘다른 사람을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증거를 날조(거짓으로 꾸밈)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가 유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되리라는 것을 알고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국정원 직원에게 전달했다면 이 죄가 성립한다. 검찰은 김씨가 국정원 직원한테서 재판 증거로 중국 공문서 입수가 필요한 배경에 대해 충분히 들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김씨가) 위조 문서가 재판에 증거로 제출될 것이라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명백하게 알고 있었다는 입증이 되지 않더라도 사전에 알았음직한 정황들이 있으면 유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7일 수사 체제로 전환한 뒤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씨한테 국가보안법의 날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음에 따라 앞으로 유씨의 간첩 혐의 사건 수사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과 검찰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사문서 위조’에 한정해 소극적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에게 국가보안법의 날조죄를 적용하면 국정원·검찰까지 자동으로 엮이는 구조여서 이번 수사를 조심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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