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증거조작’에만 초점 맞출듯
‘국정원 공범될까 우려했나’ 지적
‘국정원 공범될까 우려했나’ 지적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이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아무개(61·구속)씨에게 국가보안법의 날조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간첩을 만들려고 형사재판의 증거를 조작했다’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보면 국보법의 날조죄 적용이 당연한데, 이를 외면하고 단순 ‘증거 조작’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를 전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6일 법원·검찰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국보법은 ‘다른 사람을 국보법으로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증거를 날조(거짓으로 꾸며 사용)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범죄가 성립하려면, 일단 증거를 허위로 조작해 수사 또는 재판중인 사건에 낸 일련의 행위들이 입증돼야 한다. 증거에는 진술과 문서 등이 모두 포함된다. 또 날조를 한 사람이 국보법의 범죄로 다른 사람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을 갖고 있었야 한다. 여기서 목적은 적극적으로 유죄가 나길 바라고 행동하지 않더라도 유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인식 정도만 갖고 있으면 인정된다.
법조계에선 지금까지 드러난 김씨의 범죄사실만으로 국보법 날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견해가 많다. 김씨가 관여한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북한-중국 출입경기록 관련 중국 공문서는 검찰 수사로 이미 ‘위조’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하며 남긴 유서와 검찰조사를 통해 위조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씨가 자신이 국정원 쪽에 전달한 문서가 유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될 거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유씨를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판사에게 유죄 심증을 주려고 허위 증거를 낸 것이다.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유·무죄 선고가 어떻게 나든 (김씨에게 날조죄를 적용하는 것은)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씨에게 날조죄를 적용하면 유씨를 간첩으로 몰고자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를 조작한 공범관계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돼 부담을 가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유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해 항소심에서 유죄를 다투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의 공소유지 명분을 깨뜨리게 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의 핵심은 단순히 ‘문서가 조작됐다’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둔갑시키려고 형사사법제도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일이다. 검찰 스스로도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필 이경미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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