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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사장’ 입만 바라보는 검찰, 증거조작 ‘윗선’ 캘지 의문

등록 2014-03-17 21:55수정 2014-03-18 16:17

17일 낮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17일 낮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사장’ 구속영장 청구
협조자 김씨와 어긋난 진술 포착
‘문서 위조’ 개입 정황 확보한듯
국정원은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공소유지 검사 연관성 캐기는 부담
수사 속도내기 어려울듯
* 김사장 : 국정원 직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은 17일 위조된 중국 공문서 입수에 직접 연루된 혐의로 지난 15일 체포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김아무개 과장(일명 ‘김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8일 수사팀을 꾸린 지 한달 만에 국정원 ‘말단’ 직원인 김 과장의 개입 단서를 포착한 수사팀이 ‘윗선’ 수사로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의 중대 전환점은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의 문서감정 결과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14일 ‘국정원·검찰이 법원에 낸 중국 공문서가 위조됐다’는 중국 정부의 사실조회 회신 내용을 공개한 지 사흘 만인 18일 수사팀을 구성했을 때만해도 검찰 안에서는 ‘설마’ 하는 기류가 흘렀다. 수사팀은 각각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에서 발급된 것으로 돼 있는 변호인 쪽의 ‘정황설명서’와 국정원·검찰 쪽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에 찍힌 도장이 일치하는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문서감정을 맡겼다. 중국 정부는 변호인 쪽의 정황설명서가 진본이라고 밝혔는데, 두 문서의 도장이 다르다는 판정이 나옴에 따라 국정원·검찰 쪽의 답변서는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도장이 다르다는 결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 크게 걱정을 안 했던 검찰 수뇌부가 문서감정 결과가 나온 뒤로 국정원이 문서를 위조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완전히 돌아섰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입수한 국정원 협조자 김아무개(61)씨를 특정해 ‘윗선’ 수사의 첫 단추를 꿰기 시작했다. 세차례 검찰조사를 받은 김씨가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하며 남긴 유서로 검찰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았다. 검찰로선 위조 사실을 시인하고 국정원과의 금전 관계까지 언급한 김씨의 유서가 외부에 공개되면서 수사의 고삐를 당길 수 있었다. 김씨로부터 중국 공문서 위조 지시자인 김 과장의 신원을 확인한 수사팀은 잇따라 그를 불러 위조 지시 여부 등을 추궁해 김씨 주장과 어긋나는 부분을 포착하고 김 과장의 개입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입’의 실마리를 찾은 수사팀이 김 과장을 첫 연결고리로 국정원 ‘윗선’의 실체를 파헤치는 작업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팀으로선 김 과장의 ‘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는 검찰 조사에서 “중국 공문서가 위조된 사실도 몰랐고 당연히 ‘윗선’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적으로 국정원에 대한 강제수사가 법적으로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김 과장이 끝까지 ‘모른다’고 발뺌할 경우 수사팀이 객관적 물증으로 김 과장의 진술을 깰 카드가 많지 않다. 수사팀은 지난 10일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했지만, 대공수사국 조직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빈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구속한 지난 15일 김 과장도 전격 체포하며 겉으론 수사팀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씨와 김 과장의 공모 혐의로 밝혀진 건 위조된 중국 공문서 3건 가운데 한건이다. 나머지 두 문서(화룡시 공안국 명의로 돼 있는 피고인 유우성씨의 북한-중국 출입경기록과 이를 발급해준 사실이 있다는 사실확인서)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손도 못 댄 상태다. 두 문서의 위조에 관여한 인물들을 추리려면 먼저 위조 사실을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중국 정부로부터 화룡시 공안국의 도장 원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씨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 2명과의 연관성을 캐는 일도 수사팀으로선 부담이다. 공소유지 검사 2명은 항소심에서 여전히 유씨의 간첩 혐의가 유죄라며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밝힌 중국 공문서 3건의 증거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이 이들에게 칼을 겨눌 경우 검찰 스스로 유씨의 공소사실을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제 식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대공수사국에서 유씨 사건을 담당한 직원들이 누군지 먼저 파악하면 협조자들은 물론 윗선 수사가 한결 수월해진다. 국정원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계속 나오면, 국정원과 업무 협조를 한 공소유지 검사 2명을 통해 대공수사국 직원의 신원을 특정한 뒤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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