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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은 국정원 불법수사 공범” 비판 일어

등록 2014-04-27 20:25수정 2014-04-27 22:46

항소심도 간첩 증거조작 사건 “무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의 수사 행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검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합신센터에서 국정원의 행태에 관한 진술을 재판부보다 먼저 접하고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 검사들의 증거조작 관련 책임을 따지고 있는 대검 감찰본부가 이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 피고인인 유우성(34)씨의 동생 유가려(27)씨는 1심 재판에서 증거보전절차(지난해 3월4일) 직후 검사에게 울면서 ‘사실 오빠는 간첩행위를 한 적이 없다. (국정원이) 우리 가족을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마음고생 하면서 진술에 협조했다’고 털어놨다. 국정원의 회유 사실을 검사에게 직접 알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사는 ‘그렇게 이야기하면 도움을 못 준다’며 외면했고, 심지어 법정에 낸 증거와 유씨의 진술이 들어맞지 않자 ‘맞지 않네. 어떻게 맞출까’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유씨는 검사가 ‘국정원에서 기초를 다 만들어 틀을 잡아주니까 우리(검사)들은 손대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유뿐 아니라 국정원 수사관의 폭행과 모욕 행위에 대한 자세한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유씨의 진술을 들은 검사가 국정원의 이런 행태를 조사했다는 정황은 없다. 국정원의 잘못된 수사에 적절한 조처를 하기는커녕, 국정원이 짜놓은 구도대로 사건을 몰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유우성씨 동생 증언 신뢰도 높아져
검찰서 “국정원이 회유” 말했지만
검사가 “그러면 도움 못준다” 외면

합신센터 불법행위 사실로 확인
화교를 불법 장기구금·CCTV 감시
검찰, 진술 접하고도 조처 안취해

유씨의 1심 증언은 지금까지 일방적 주장 정도로 취급돼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그의 증언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리면서, ‘검사에게 국정원의 무리한 조사 방식을 알렸다’는 증언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유우성씨 변호인단은 “변호인접견권을 침해당한 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국정원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검사가 몰랐을 리 없다. 기소 뒤에는 국정원의 회유와 폭행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검사는 국정원 불법 수사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판결을 통해 유우성씨 변호인단의 일방적 주장으로 ‘매도’되던 국정원 합신센터에서의 불법행위가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진 이상, 검찰 또는 특별검사의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을 보면, 국정원은 ‘회령 화교 유가리’라고 적힌 종이를 몸에 붙이고 서 있게 해 유가려씨를 모욕했고 독방에 가둔 뒤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게 했다. 달력을 제공하지 않아 날짜 감각을 없애는 ‘세련된 고문 기법’도 사용했다. 국정원은 합신센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지난 4일 법조 출입 기자들에게 합신센터 시설 일부를 공개하면서 ‘가혹행위가 있을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국정원의 이러한 설명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가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직후 “유가려씨는 국정원에 불법구금 당하지 않았고 폭행과 회유도 없었다”며 국정원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유우성씨 변호인단은 조만간 국정원 수사관들을 위증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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