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친형 유병일씨가 11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뉴스1
그룹 계열사 자금 빼돌린 혐의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리를 수사하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은 유 전 회장의 지시로 그룹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그의 큰아들 유대균(44)씨를 12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11일 밝혔다. 유대균씨는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19.44%)와 계열사인 다판다(32%), 트라이곤코리아(20%), 한국제약(12%)의 대주주다.
검찰은 세모가 유대균씨에게 매달 1000만원씩을 지급한 내용이 담긴 급여대장을 확보하고, 세모에서 직함도 없이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유대균씨가 급여를 받으며 세모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그룹 계열사들의 횡령·배임 과정에 유 전 회장 일가가 개입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둘째 아들 유혁기(44)씨와 첫째 딸 유섬나(48)씨가 외국에 머물며 소환에 불응하자 국내에 있는 가족을 먼저 부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유 전 회장 가족 가운데 처음으로 그의 형을 불러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고문료로 매달 250만원가량 받은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이 측근들에서 가족들로 이동하면서 유 전 회장의 소환과 처벌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계열사 임원 5명을 구속했고, 2명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유 전 회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하는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먼저 출석해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날 유 전 회장의 측근이자 계열사 온지구 대표인 채규정(68) 전 전북 행정부지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회삿돈을 빼돌려 유 전 회장 일가에 건넨 의혹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또 유 전 회장의 측근이자 국제영상 대표인 탤런트 전양자(72)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씨는 전날 10시간 동안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한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의 구명설비 정비보고서를 허위로 꾸민 혐의(업무방해)로 한국해양안전설비 차장 양아무개(37)씨를 체포했다. 양씨는 2월10~19일 세월호 구명벌(구명뗏목) 44개와 탈출용 미끄럼틀 2개의 17개 점검항목 가운데 ‘선체이탈’, ‘가스팽창’ 등 대부분 항목을 점검하지 않고도 모두 양호한 것처럼 보고서를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선급은 이를 근거로 선박 정기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내렸지만, 사고 때 세월호 구명벌 44개 중 1개만 펴졌다.
인천/김정필, 목포/안관옥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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