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원 차단 와중 빠져나간 정황
일부 “도피언급은 강제진입 포석”
일부 “도피언급은 강제진입 포석”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신출귀몰’한 행적에 검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유 전 회장의 은신처를 금수원으로 점찍고 도주로를 차단하며 진입 시기와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싸맸으나, 정작 당사자인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벗어나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져 검찰로선 눈 뜨고 당한 격이 됐다.
20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16일 유 전 회장이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동시에 금수원 주변을 검문검색하며 주변을 에워쌌다. 금수원 인근에 잠복근무한 검찰 수사관 30여명은 유 전 회장의 도주 가능성을 차단했다. 주말인 17일에는 유 전 회장이 토요예배 뒤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 차량에 숨어들어 금수원을 나가려 한다는 첩보까지 입수하고 차량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검찰의 이런 감시망을 비웃는 듯한 행적을 보였다. 유 전 회장의 금수원 ‘탈출’ 시점은 토요 예배가 열린 지난 17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이 ‘탈출’ 첩보에 대비한 시기에 보란 듯이 금수원 밖으로 내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금수원이 다음날인 18일 일부 시설을 언론에 처음 공개하며 보인 행태도 ‘유 전 회장은 이미 여기 없다’는 여유를 보인 조처로 보인다. 금수원 관계자는 당시 대강당 앞에서 “유 전 회장을 큰 소리로 부르면 대강당 2층 침실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볼 수 있으니 한번 불러보라”며 마치 검찰을 조롱하는 듯한 말을 했다가 기자들이 유 전 회장이 현재 거주하고 있냐고 묻자 “내 생각에는 거주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모른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유 전 회장이 검찰의 추적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 정황도 있어 ‘쫓는’ 검찰과 ‘쫓기는’ 유 전 회장의 추격전이 장기화될 조짐도 엿보인다. 검찰은 19일 유 전 회장이 금수원 근처 호미영농조합의 ‘비밀 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찾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 안과 냉장고 안 음식물 등 상태를 봤을 때 유 전 회장이 최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유 전 회장의 금수원 밖 도피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금수원에 강제 진입하려는 사전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수원에 모여 있는 신도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뒤 불시에 강제 진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머물고 있다고 해도 검찰이 현재 신도들이 몰려 있는 상태에서 강제 진입하기는 부담이 크다. 여러 효과를 노리고 유 전 회장의 도피 가능성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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