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녹색·기업도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원안대로만 해달라.”
2년 만에 다시 치러지는 세종특별자치시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 유한식(65) 새누리당 후보에게 2009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당시 연기군수였던 유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행정도시 수정안에 반발해 삭발·단식 농성을 벌이다 입원까지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민심을 달래려고 했지만 소득은커녕 반발만 더 부채질했다. “이명박 정부가 있는 나라에서 국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며 주민 5000여명이 주민등록증을 정부에 반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지켜낸 행정도시에서 2010년 치러진 초대 시장선거, 그는 최민호·이춘희 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출신 후보들을 따돌리고 당선했다.
소탈한 성격의 유 후보는 연기군 토박이이자 농업 전문가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뒤 공직에 들어와 농촌진흥청 기술공보담당관, 충남도 농업기술원 작물지도과장, 연기군 농업기술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2006년 국민중심당 후보로 충남도의원 선거에 나섰다 고배를 마셨고 2007년 전임 군수의 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진 연기군수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섰다 거듭 낙선했다. 2008년 또다시 치러진 재선거에서 당선한 그는 2010년 군수 선거, 2012년 초대 세종시장 선거까지 내리 3차례 당선했다. 6년 사이 무려 5차례 선거를 치른 그는 지역에 조직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한번 더 저에게 봉사할 기회를 주십시오.” 유 후보는 세종시 원안 사수라는 자신의 성과를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재선을 호소하고 있다. 더 낮은 자세로 시정을 펴겠다는 뜻으로 선거 구호도 ‘위대한 시민, 섬기는 시장’으로 삼았다.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 자신에게 힘을 보태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무기로, 창조경제의 선도모델로 시를 발전시키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세종시의 성공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그는 특유의 뚝심을 앞세워 한번 더 주민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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