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지하철 4호선 금정역에서 소방대원과 경찰 등이 변압기와 애자가 폭발하며 깨진 역사 시설물을 복구하고 있다. 군포/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다행히 승객이 진화해 피해 없어
서울 지하철 도곡역 방화사건이 발생한지 이틀만에 당산역에서도 방화 미수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30일 새벽 0시13분께, 신원 미상의 20대 청년 2명이 당산역 외부 승강장에 있는 나무 의자에 에이포(A4) 크기의 복사용지를 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막 도착한 열차를 타고 도주하는 장면이 서울메트로 폐쇄회로티브이(CCTV)에 포착됐다.
불은 다행히 0시 15분께 열차를 기다리던 다른 승객이 발견해 바로 진화해 큰 피해를 막았다.
열차 이용객 김용권(52)씨는 “마지막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 앞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의자에 불이 붙어있길래 발로 밟아 끄고 경찰에 신고했다. 큰 불이 아니었지만 추가 범죄가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바로 역무실과 112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현장을 목격했을 때는 복사용지를 포장한 비닐만 타고 있었는데, 다행히 종이에 불이 옮겨 붙기 전에 불을 껐다.
이날 현장을 목격한 서울메트로 직원들은 “신고를 받고 시시티브이를 확인한 결과, 20대 청년 2명이 9호선 열차를 타고 당산역에 도착해 불을 낸 뒤 시청방면 열차를 타고 홍대역에서 게이트를 넘어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그중 한명이 게이트를 짚고 넘어갔다는 직원들의 증언에 따라 게이트에서 지문을 채취,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방화에서 도주까지 폐쇄회로티브이에 나타난 용의자들의 모습은 상당히 용의주도했다”며 “도곡역 방화사건이 있은지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당산역 방화 미수 사건까지 일어나 직원들이 지하철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가 깊다”고 걱정했다.
앞서 28일에는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전동차 내에서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붙잡힌 바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연상시키는 아찔한 사고였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남은주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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