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남 순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 장면이 천장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점선 안)되고 있다. 순천시의회 상임위는 지난해 11월부터, 본회의는 2010년 10월부터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인터넷 중계를 제안한 김석 순천시의원(통합진보당)은 “질의와 답변이 모두 공개되니 시의원과 시 공무원 모두 긴장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석 시의원 제공
순천시의회 4석 돌풍 진보정당
상임위 인터넷중계 3년만에 관철
용산구 첫 유일 진보정당 의원
제주 구립휴양소 ‘딱 한 표’ 반대
30년 독점 청소용역업체 비리도 밝혀
경남 진주의료원 사태서도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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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어렵죠. 시장을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전남 순천시의회 김석 의원(통합진보당)은 순천와이엠시에이에서 오래 활동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 “호남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에 당원이 돼 출마했다. 시의회 24석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4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변화의 기대를 한껏 받았다. 쉽지 않았다.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자고 제안했죠. 불출석하는 의원도 많은데다 발언이 낱낱이 공개되니까 싫다는 이가 많았어요. 3년 동안 끈질기게 요구해 지난해에야 관철시켰습니다.” 김 의원은 “시민들에게 의회를 돌려주기 위해 추진한 일”이라며 “의원과 공무원들의 질의와 답변이 모두 공개되니 의회와 시가 모두 긴장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결에 필요한 과반수인 13표 모으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말한다. 통합진보당 4명을 뺀 나머지 20명이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시가 추진한 순천만 정원박람회장 소형 경전철 사업에서 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지만, 의회 안에서 규명되지 못했다. 의회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안건은 3차례나 부결됐다. 의혹은 결국 감사원 감사로 밝혀졌다.
그나마 순천시의회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국 광역·기초의회에는 진보 정당이나 무소속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충남과 강원 지역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진보 정당(당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광역·기초의회에 한 명도 진출하지 못했다. 광역의회에 진보 정당 당선자가 없는 지역도 이 두 곳을 포함해 서울·부산·대구·대전·경북 등 7곳에 이른다.
2010년 서울 용산구의원으로 당선된 설혜영 의원(정의당)은 1995년 민선 지방선거 이후 용산구의회에 진입한 처음이자 유일한 진보 정당 소속 의원이다. 그는 그해 말 했던 한 표결을 잊을 수 없다. ‘찬성 10, 반대 1’. 용산구가 경기도 양주 구립휴양소에 이어 제주도에 제2휴양소를 짓자는 데 여야 가릴 것 없이 손을 들었다. 구 예산 48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다. 설 의원은 “관내 도서관이나 구립어린이집을 만들자”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나 ‘딱 한 표’의 반대가 언론에 보도돼 비판 여론이 일자 이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설 의원은 2년 뒤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용산구에서 30년 가까이 청소용역을 독점해온 업체의 비리를 밝혀내기도 했다. 이 업체는 환경미화원 인건비를 부풀려 구 예산을 타낸 뒤 이를 빼돌렸다. 설 의원은 “구는 28년 동안 이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어떤 의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진보 정당 의원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눈으로 문제를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지역에 따라 진보 정당 의원들과 손잡고 ‘다수파’를 견제하는 활동을 벌인다. 경남도의회에서는 별도의 원내교섭단체인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가 있다. 통합진보당 5명, 새정치민주연합 3명, 교육의원 2명, 노동당 1명 등 11명이 힘을 모았다. 전체 의원 59명 가운데 38명인 새누리당 독주를 막는 데 큰 구실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때 단식농성, 도의회 본회의장 점거 등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해 폐업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김명숙 충남 청양군의원도 군의회에서 ‘섬’과 같은 존재다. 새누리당 5명, 무소속 1명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띤 군의회에서 김 의원은 ‘청양군 고등학교 학생 수업료 등 지원 조례’를 주도해 충남에서 처음으로 고교생 무상교육의 발판을 놓는 등 진보적 정책 도입에 앞장섰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다양한 진보 정당, 소수 정당 후보들이 대거 나섰다. 통합진보당(광역 114명, 기초 316명)·정의당(광역 22명, 기초 114명)·노동당(광역 81명·기초 27명)·녹색당(광역 15명, 기초 7명) 등이다. 어떤 지역에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가시밭에 풀뿌리를 심을 수 있다고 호소한다.
“순천시 예산이 연 7400억원인데, 시민들은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몰라요. 단 한 명이라도 시의원이 이를 시민들한테 알리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아는 것 자체가 지방자치의 중요한 발전 요소입니다.” 김석 의원은 “민주주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진보 정당 후보 한 명 끼워 넣는 게 아니라 주민 대표를 보내 예산 감시, 행정 견제를 하고 주민들을 위한 창의적인 사업을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투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최상원 전진식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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