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후보 탐구
서울시 교육감
문용린 대 조희연 대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문용린 대 조희연 대 고승덕
서울시를 포함해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의 지지율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 무응답층이 40~50%를 넘나드는 탓이다. 특히 서울시교육감은 ‘교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자리인데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다.
서울시교육감은 학생 120만명과 공무원 8만여명은 물론 사교육 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서울 교육정책의 결정권자다. 서울시교육청 예산이 한해 7조4000억원에 이른다. <한겨레>가 6·4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서울시교육감 주요 후보 세 명의 공약과 경력, 성향 등을 짚었다.
“일반고 강화할 것” 자사고 개혁도 밝혀 “연구자로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했고, 신문 칼럼에서 명확한 현실 분석을 보여줬고, 지식인 세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에 대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평가다. 하지만 ‘지식인 세계’를 떠나 ‘선거판’으로 오면 상황은 딴판이다. 조 후보는 진보 진영의 ‘2014 서울좋은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가 선출한 단일후보인데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낮은 인지도로 애를 먹었다. 본인도 이를 잘 아는 터라, 경선에 임박해서야 출마를 결심했다.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보다 못한 조 후보의 둘째아들이 이를 안타까워하며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들은 “턱없이 낮은 아버지의 인지도 때문에… 어떤 사람이며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를 평가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조희연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가 주도한 시민단체들은 명망이 높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참여연대를 만들어 초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2011~2013년엔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 의장이었다. 조 후보는 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반부패 청렴, 연대 협력 같은 시민사회적 가치에 적합한 후보다. 엘리트 교육보다는 평등과 참여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자평했다. 전직 교육감 중에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민교협 의장 출신이다. 조 후보는 “민교협에서 교육 현장의 문제를 대면하고 고민했다. 새로운 교육행정을 통해 저서 제목처럼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을 개혁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원순과 참여연대 만들어
진보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인지도 낮아 선거운동 애먹어
주변선 ‘협력 리더십’ 높이 평가 주변에서는 그의 ‘협력형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은 추천사에서 “일 잘하고 글 잘 쓰고 기획도 잘하는 사람이 겸손하기란 쉽지 않다. 조 후보의 겸손하고 순수한 모습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고 그에게 상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조 후보의 아들은 선거홍보물에서 “아버지가 화난 모습을 본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모든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풀어가려 한다”고 소개했다. 조 후보는 “우리 교육이 1960~70년대 낡은 패러다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영·수 능력만 배양하는 교육 체계로는 현대사회에 걸맞는 다양한 인재를 키워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창의적인 인간상을 제시하면서 ‘열린 세계시민 의식’에 기초한 ‘공존의 가치’를 교육 목표의 열쇳말로 제시했다. 교육감이 되면 노동인권과 세계시민 부교재를 활용하려는 계획도 덧붙였다. 공약 중에서는 특히 ‘일반고 전성시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2류 학교’로 변해가는 일반고를 강화하기 위해 180여개 일반고에 학교당 매년 7000만원씩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반고 슬럼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도 개혁하려 한다. 엄정한 평가를 통해 기준 미달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모범적인 자사고는 사립형 혁신학교로 바꿀 방침이다. 이 공약은 ‘자사고 폐지’ 논란으로 번졌다. 조 후보는 “실패한 자사고 정책의 출구전략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해경 없애듯 폐지하지는 않겠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선 조 후보가 유초중등 교육을 모른다고 우려한다. 조 후보는 “그런 논리라면 교수 출신인 문용린 후보나 변호사 출신인 고승덕 후보도 마찬가지다. 민교협 의장으로서 2년 반 동안 교육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 예비경선 과정, 현재 선거과정이 모두 준비 기간이다. 열린 귀로 현장의 목소리 경청하면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글로벌 인재 양성” ‘청소년 전문가’ 자처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교육계에선 낯선 얼굴이다. “교육 경력 10여년”이라지만 교육기관만 따지면 객원교수로서 5년 남짓 대학 강의를 한 게 전부다. 고 후보는 ‘청소년 전문가’임을 앞세운다. 10년 넘게 청소년 강연·상담 등을 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땄고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도 맡았다고 한다. 2003년 쓴 책 <꿈!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의 개정판을 올해 3월 출간하며 “그사이 청소년 전문가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고 적었다. 고 후보는 되레 변호사·방송인·정치인·주식전문가라는 이미지가 훨씬 강하다. 삶의 궤적을 보면 변신이 잦고 그 폭도 컸다. 학창시절 ‘1등, 최고, 수석’ 같은 기록을 냈다. 사교육은 고교생 때 누나 친구에게 배웠거나 학원 한두달 다닌 것뿐이라고 한다. 대학생 때 사법시험·외무고시·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미국에 유학했다가 교수 꿈을 접고 판사가 됐고, 2년 뒤 다시 유학해 미국 변호사로 로펌에서 일했다. 1991년 귀국해 변호사로 95년부터 방송에 출연하고 2000년부터 주식투자에 몰두해 ‘고승덕 펀드’ 매니저로 알려졌다. 수익이 목표인 주식전문가가 교육가로서 적절하냐는 질문이 나오는 지점이다. 학창시절 줄곧 1등·최고·수석
변호사로 방송 출연 인지도 높아
국회의원땐 경제 관련 입법 주력
자사고 등 쟁점 진단·처방 미흡 그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의혹의 소방수로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어 이듬해 서울 강남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경제 관련 입법에 주력했고 교육 쪽 법안 발의는 교내 음주 제한 등 5건뿐이었다. 지역구에 있는 ‘양재 시민의 숲’ 이름을 ‘윤봉길 공원’으로 하자는 걸 반대하기도 했다. 2012년 1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렸다’고 털어놓고 그해 4월 이후 정계를 떠난 뒤 2년 만에 교육감 후보로 돌아왔다. 고 후보가 교육감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건 교육활동, 정책보다는 인지도 덕분이라는 게 중평이다. 책에는 자신의 공부 비법, 성공 비결이 대부분이다. 선거운동 첫날 노량진 고시촌부터 향한 것도 ‘고시 3관왕’ 이미지를 환기시켜, 점수 위주 입시체제에서 학부모들의 선망을 자극하려는 행보로 비쳤다. 그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신자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원회의에서 “전교조만큼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 학교 신우회 결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가 불교계·전교조 등의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비판에 몰리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 ‘자녀교육’에 관한 내용은 400쪽 넘는 그의 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자세한 답변을 피한다. 미국에서 87년 딸을, 91년 아들을 낳고 귀국했다가 98년 부인과 초등학생이던 두 자녀는 미국으로 떠났고 2002년 이혼했다. 2004년 재혼한 부인과는 자녀가 없다. 그는 “그래서 오히려 청소년들에 더욱 관심을 쏟아왔다”고 했다. 고 후보는 “공감 교육으로 ‘수퍼스타’(‘수’업의 즐거움을 알고, ‘퍼’스낼리티 곧 인성이 바르며, ‘스’스로 꿈을 찾으며, ‘타’인과 나눌 줄 아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고 한다. 혁신학교, 거점학교 등 일부 고교들만 지원하던 돈을 모든 고교로 돌려 ‘서울형 새 학교’ 모델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재정 투입 없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느냐며 방법과 효과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립형사립고(자사고) 같은 민감한 쟁점들에선 뚜렷한 진단과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 자사고가 사교육 유발 주범으로 꼽히는데도 ‘평가 뒤 대책을 찾겠다’고 막연하게 대답한다. 고 후보는 지난 28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말보다는, 후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로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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