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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그 시절 할머니의 아픔 쓰다듬 듯
정성스런 붓질 하나하나…

등록 2014-08-05 20:04수정 2014-08-06 17:02

‘8·14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앞두고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들머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평화와 인권’이란 주제로 벽화를 그리고 있다. 사진에서 오른쪽이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와 고 김상희 할머니.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8·14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앞두고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들머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평화와 인권’이란 주제로 벽화를 그리고 있다. 사진에서 오른쪽이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와 고 김상희 할머니.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들머리에
정대협, 2일부터 120m 벽화 작업
중고생 등 자원봉사 180여명 참여
“할머니들 도울 수 있어서 기뻐”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래도 자원봉사자들의 붓질은 멈추지 않았다. 단조롭던 흰색 벽이 노랑, 빨강, 파랑 꽃수세미와 길게 드리워진 뜨개실 무늬로 장식돼 갔다. 다른 쪽 벽면엔 복숭아꽃과 벚나무, 푸른 하늘과 산들이 어우러졌다.

5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들머리. 120여m에 이르는 골목길이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 2일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곳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김동희 정대협 사무총장은 “‘8·14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벽화 그리기는 박물관 주변을 평화와 인권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벽화 작업을 총지휘하는 박영균(48)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벽화의 주제는 ‘연결’”이라고 했다. “1990년대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미술 치유 과정을 통해 그린 그림들 중에는 슬픔과 억울함을 표현한 추상화 같은 ‘선’ 그림들이 있어요. 그 선들이 뜨개실처럼 보였죠. 뜨개실로 엮은 꽃수세미와 길게 드리워진 뜨개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우리가 연결돼 있고,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고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들을 재구성한 벽화에는 빈 의자 위에 책 한 권이 펼쳐져 있다. 박 교수는 “많이 배우지 못한 할머니들이 품었던 공부에 대한 소망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벽화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상희 할머니가 15살 앳된 모습으로 고 김학순 할머니와 함께 다소곳이 서 있는 사진이 합성돼 있다. 김상희 할머니는 15살 때 대구의 한 사진관에서 바로 이 사진을 찾아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일본군에게 끌려가 중국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생활했다.

벽화 작업 나흘째인 5일까지 자원봉사자 180여명이 작업을 도왔다. 중고생과 대학생, 시민들이 두루 참여했다.

찜통더위 속에서 쉼 없이 붓질을 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고양예술고 1학년 이지현(17)양은 “엄숙한 박물관이 조금은 무겁게도 느껴졌는데, 내 손으로 박물관 드나드는 길목을 밝게 꾸미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침 일찍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취업준비생 박유리(24)씨는 “벽화 작업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면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정대협은 7일께 작업을 마무리하고 11일 작품 공개식을 할 예정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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