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윤일병 사망 원인’
군당국 “심정지 상태…다음날 사망”
전문가들 “의학적으로는 이미 사망”
‘기도폐쇄 질식사’ 추정에도 이견
“구타 등 없이 청년 질식사 드물어”
군당국 “심정지 상태…다음날 사망”
전문가들 “의학적으로는 이미 사망”
‘기도폐쇄 질식사’ 추정에도 이견
“구타 등 없이 청년 질식사 드물어”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1) 일병의 사망 원인과 시점을 두고 군당국과 시민단체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민간 병원 응급의학전문의들은 의학적 관점에서 군당국의 판단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쟁점은 크게 윤 일병의 직접 사인이 구타 혹은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냐 여부와 사망시점을 병원 도착 이전으로 볼 것이냐 이후로 볼 것이냐로 갈린다.
국방과학수사연구소는 8일 윤 일병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기도폐쇄에 따른 질식사라는 입장을 내놨다. 전날 국방부의 발표와 군 검찰이 내린 결론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또 윤 일병에 대한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월6일 경기도 연천군 보건의료원에 이송됐을 때 비록 맥박과 호흡이 없었지만, 이는 심장정지 상태일 뿐 사망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가 주장한 것처럼 ‘병원 도착 때 사망 상태’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 자문위원인 김대희 인천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임상조교수는 “연천의료원의 의무기록을 보면 의료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었고, 이는 심전도검사에서도 확인이 된다. 당시 그를 진찰한 의사 소견에서도 심장정지로 쓰여 있으며 이는 병원 도착 당시 사망한 상태였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응급의학 전문의 역시 비록 윤 일병이 응급실에 도착한 뒤 20분이 넘은 심폐소생술 끝에 맥박과 호흡은 돌아왔지만 이는 뇌사 상태로 사실상 사망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송형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일반적으로 심장 정지가 일어난 다음 심폐소생술을 하면 맥박과 호흡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생물학적인 소생일 뿐 뇌사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심장 정지가 일어난 상태에 이미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군 당국이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을 기도폐쇄로 판단한 데 대해 시민단체는 젊은 남성의 경우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견해다. 김대희 조교수는 “이물질이 기도로 들어갔을 때 기침을 통해 이를 내보내기 힘든 노년층에서 주로 기도 폐쇄가 나타난다. 젊은 남성은 이런 경우가 드물다. 설령 기도폐쇄가 일어났다고 해도 목격자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즉시 대처가 가능해 생존율이 95%를 넘는다. 또 기도가 막히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데 윤 일병은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송형곤 과장은 통상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오해로 군 당국의 발표가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모든 사망의 직접 원인은 심장 정지다. 기도폐쇄가 일어나면 당연히 바로 심장 정지가 일어나게 된다. 문제는 왜 기도폐쇄가 왔느냐는 것”이라며 “심하게 구타를 당한 뒤 사망한 사람의 사망 원인을 ‘구타’로 적는 의사는 거의 없다. 구타에 의한 장기 파열, 과다 출혈 등을 거쳐 구토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토사물로 기도가 막혀 사망했을 때 기도폐쇄라고 사망 원인을 적었다고 해도 구타와 별개라고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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