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시절 ‘사학 비리 사정 1호’로 교육계에서 퇴출된 김문기(82·사진)씨가 상지대에서 쫓겨난 지 21년 만에 총장으로 복귀한 것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교육부의 관계자가 19일 “상지대 쪽에 (김문기씨가 총장직에서) 사퇴하면 좋겠다는 의견 전달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다른 당국자는 상지대 쪽에서 김문기씨의 이사 선임 승인을 요청해오면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런 발언은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 및 이사로 선임된 것과 관련해 교육부가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의 설훈 위원장은 19일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이 된다면 역사의 퇴행이고 우리의 교육 풍토를 망치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고 상임위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김문기씨 총장 선임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성명을 내어 “(김문기씨가 상지대) 이사장 재임 시절 부당한 행위로 인해 실형까지 받은 점을 감안할 때, 총장 복귀보다 덕망있고 유능한 인사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새롭게 총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이 짙은 국내 최대 규모 교원단체인 교총마저 사실상 김씨의 사퇴를 공개 촉구한 것은, ‘사학비리’의 상징적 인물인 김씨의 교육계 복귀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상당함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문기씨의 총장 선임과 관련해, 정영준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도덕적으로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나 법적 문제는 비켜나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막을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렇게 시끄러운데 사퇴하는 방안은 (상지대) 내부적으로 검토하지 않냐고 의견 전달을 했는데 ‘아직 없다’고 한다”며 “우리도 그거(자진사퇴)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 전달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공식적으로 김씨의 총장직 사퇴를 권고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지대 이사회가 7월28일 김문기씨를 이사로 선임한 것과 관련해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임원 취임 승인 신청이 접수되면 그때 가서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면서도 “교육부 소속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서 불과 얼마 전 김문기씨의 정이사 선임이 적절치 않다고 거부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맥락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사 선임 거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상지대 총학생회는 김씨의 상지대 총장 선임에 반대해 총장실 점거 농성을 사흘째 이어갔다.
전정윤 이수범 이유주현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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