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멈춰선 것은 처음
25일 부산에 내린 폭우로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설비용량 65만㎾) 가동이 중단됐다. 우리나라에서 폭우로 원전 가동이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오후 3시43분께 고리 2호기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 얘기를 종합하면, 터빈을 돌리는 고온의 증기를 식히려고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취수 건물이 침수하는 바람에 취수 펌프가 자동으로 멈추자 서둘러 안전조처를 했다. 취수 펌프는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인 건물 지하에 설치돼 있는데, 이 펌프의 침수를 막기 위한 배수 펌프가 제대로 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187㎜의 많은 비가 내린 기장군에는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에 무려 117.5㎜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빗물이 취수 건물로 과다하게 유입됐는데 배수 펌프가 건물 밖으로 충분히 물을 퍼내지 못했다고 한수원 쪽은 설명했다.
한수원 쪽은 유입된 빗물이 배수 펌프의 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배수 펌프가 고장으로 작동을 안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로 건물과 취수 건물이 있는데 오늘 빗물이 유입된 상황은 취수 건물에서 일어난 것이다. 빗물이 과다하게 들어오면서 취수 펌프가 자동으로 멈췄고, 설비 안전을 위해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폭우로 원전이 멈춰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수원 쪽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방사성 물질이 있는 원자로 건물이 아닌 별도의 건물에서 일어난 것으로 안전에는 이상이 없으며 예비전력이 충분한 만큼 전력 수급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취수 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된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안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을 거쳐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할 참이다. 원자력발전소는 한번 가동이 중단될 경우 원안위 승인을 받아야만 재가동할 수 있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7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가압경수로형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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