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내동으로 임시이전하기 전에 사용했던 마포구 마포동 서울광역수사대 건물.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마포 떠나 옛 중랑서로 임시 이전
인지·기획수사로 해결 굵직한 사건
‘부당거래’ ‘추격자’ 등 영화 단골소재
인지·기획수사로 해결 굵직한 사건
‘부당거래’ ‘추격자’ 등 영화 단골소재
영화 <부당거래>와 <무방비도시>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 형사가 주인공이다. 광수대는 이름 그대로 관할을 넘나드는 사건, 단위 경찰서에서는 맡기 힘든 사건을 맡는다. 피해 규모가 크고, 엽기적이며, 지능범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는 ‘에이스’나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광수대는 7월2일 마포구 마포동 건물을 떠나 중랑구 묵동 옛 중랑경찰서 건물로 이사했다. 40년 된 기존 건물을 헐고 2016년 새 건물을 지어 재입주할 때까지 머물 곳이다.
광수대는 ‘기동수사대’가 모태다. 지방경찰청별로 형사기동대, 강력수사대 등 다양하던 이름이 1999년 기동수사대로 통일됐다. 그리고 서울청 광수대의 ‘이정표’가 된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이 터진다. 광수대는 2004년 7월, 21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영철을 붙잡았다. 영화 <추격자>는 이 얘기를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광수대는 조직폭력 등 강력사건에도 강하다. 강승관(45) 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장은 광수대 형사로 있던 2003~2004년 검경합동수사본부 소속으로 서울 동부권 폭력조직 장안파 검거에 참여했다. 강 대장은 “당시 1년2개월 동안 노점상으로 위장해 조폭들에게 굽실거리며 수사했다”고 말했다.
기동수사대는 2004년 ‘범죄의 광역화·기동화 추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광역수사대 체제로 개편됐다. 2008년에는 대장의 계급이 경정에서 총경으로 높아져 위상이 강화된다. 서울청 광수대는 강폭력계·지능계·지원계와 그 아래 6개 팀, 20개 반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광수대장, 수사관 108명, 수사지원계 7명이 일한다.
광수대는 사회적 관심도가 큰 사건, 인지·기획 수사가 ‘임무’다. 고소·고발 사건은 맡지 않는다. 박승만(50) 조폭팀 반장은 “폭력 조직 하나를 ‘꿰기’ 위해선 최소 1년이 필요하다. 그런 심층기획 수사를 할 수 있는 곳이 광수대”라고 했다. 수년째 가짜 휘발유만 수사하는 곽병만(46) 지능팀 반장과 김동수(42) 수사관은 “우리는 석유 정량을 속이는 프로그램 개발자까지 찾아낸다. 신종 수법이 나와도 우리한테 걸리면 반드시 잡힌다”고 했다. 광수대에서 우수 수사 인력을 뽑아가 일선 경찰서의 수사력이 약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광수대는 첩보수집·인지 사건만 수사하기 때문에 업무가 광역화·장기화돼 있는 반면, 일선서는 관내의 발생 사건만 다룬다. 이렇게 수사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수사력을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2007년 그런 광수대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사건이 벌어진다. 당시 광수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첩보를 입수하고도 서울청의 ‘압력’을 못 견디고 결국 사건을 ‘발생지’ 관할인 남대문경찰서로 넘겨주게 된다. 이후 관련자 대부분이 기소되거나 징계를 받았다. 앞서 2004년 유영철 사건 때는 붙잡았던 그를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당시 유영철 재검거에 투입됐던 김상중(51) 조폭팀장은 “광수대의 명예를 걸고 유씨를 찾아 나섰다”고 회고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광수대 역시 빛과 그림자를 모두 안고 있다. 박영진(51)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대원들을 격려의 마음으로 지켜봐달라”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 사진 필름트레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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