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상원 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짬] 연극 ‘고곤의 선물’ 주연 박상원
매일 농성자들 보며 안타까워 해
복수와 화해 노래한 연극처럼
“비극의 결말 지혜롭게 매듭짓길”
대중에 빚 갚으려 사회참여 열성
근육병 환자·조선족 마을 돕기도 “제가 배우이기에 수많은 배역의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며 몰입했지만, 세월호 희생자 부모의 아픔은 상상할 수 없어요. 그런 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줘 줄 수 있는 해법이 빨리 나와야 하는데….” 그래서 그는 “‘너무도 비극적인 사건’의 결말이 ‘지혜롭게’ 매듭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배우이자, 사진가로, 화가로, 그리고 다양한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아직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그의 휴대폰은 구형 폴더폰이다. 그가 스마트 폰을 외면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스마트폰을 쓰면 창작의 두뇌 세포가 죽어버릴 것 같아요. 스마트폰은 인간 생활을 가속시켰고, 더 이상 감속이 안되는 상태를 유지시킵니다. 인간을 숨막히게 하는 재앙의 도구라고 느껴요” 그는 전자편지(이메일)도 안쓴다. 종이에 손편지를 쓰고, 전화를 한다. 최근에도 대학 동창생에게 직접 쓴 편지를 보냈다. 고집스러워 보인다. 디지털 시대에 초원의 유목민처럼 느껴진다. “인상과는 다르게 독한 면이 있나 봐요?” “네, 배우를 하려면 인간의 모든 감정을 고루 품고 있어야 해요. 독한 면, 합리적인 면, 부드러운 면 등등 다양하게 갖춰야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고교 시절엔 미술을 좋아해 미대를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틈이 나면 그림을 그린다. 두차례 자신이 그린 그림 전시회도 했다. 사진 역시 그가 애착을 갖는 예술 분야이다. 개인전 두차례 포함해서 여섯차례 사진전을 열었느니 전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일본에서도 사진전을 열었다. 연극을 전공하고 영화와 연극, 텔레비전 연속극까지 출현하고 있느니 ‘만능 예술인’으로 꼽힐만하다. “‘예술가형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어차피 연기가 예술이긴 하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부끄럽지 않은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는 장년층에겐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조직폭력배와의 우정을 연기한 인간미 넘치는 검사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 대중적 인기가 고맙기만 하다. “젊은 시절엔 대중의 사랑이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사랑이 절박할 정도로 행복하게 다가옵니다. 또 저에게 주워지는 모든 역들이 ‘기쁠 정도로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가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표현대로 “공평하게 살아야 하고,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대중에게 진 빚은 갚아야 하는 일반적인 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27년째 근육병 재단이사를 하며 근육병 환우들에게 휄체어와 호흡기를 제공하고 있고, 월드비전 친선대사를 23년째 맡아 에디오피아 식수사업과 기아 구제사업을 하고 있다. 또 20년째 다일공동체 홍보대사로서 빈민구제 사업에 동참하면서 중국 조선족 마을에 ‘박상원 도서관’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에는 의료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 등을 위해 무료진료와 구호활동을 펼치는 라파엘 클리닉에 참여해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북한이탈 주민가정 등을 대상으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999년 <기아체험 24시> 프로그램에 직접 연출하고 진행했는데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의 어려운 시대였는데도 하룻만에 20억원이 모금됐다”며 “그런 서로를 도와주는 마음이 한민족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요즘 출연중인 작품 <고곤의 선물>은 <에쿠우스>와 <아마데우스>의 극작가 피터 섀퍼의 작품이다. 천재 극작가인 주인공 에드워드의 인생을 통해 복수와 화해를 정교하게 짜내는 이 연극에 대해 박씨는 “용서와 복수가 화두인 이 세대의 상황이 연극에 그대로 투영된다”고 이야기한다. 2011년에는 서울시의 급식비 지원 범위에 관한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1인 시위를 나서기도 했던 이 중년의 배우는 세월호 단식 농성자들의 천막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공연장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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