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05~2013년 사망원인 분석<상>
80살 이상, 20대의 5~7배…30~50대 늘어
출생률과 역관계…이혼율·빈부격차와 비례
80살 이상, 20대의 5~7배…30~50대 늘어
출생률과 역관계…이혼율·빈부격차와 비례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연령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한국인 전체의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런 생각과 거리가 있다. 통계청이 최근 2013년 사망원인 통계를 발표한 걸 계기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치 자살률 통계를 상세히 분석했다. (2005년부터 분석한 것은 일반에 공개된 시군구별 사망통계가 2005년치부터이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는 1. 연령 및 시도별 자살률 변화와 자살의 원인 2. 시군구별 상세 비교 및 9년 평균 상위 10곳 들여다보기로 나눠 싣는다.
1. 연령 및 시도별 자살률 변화와 자살의 원인
자살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인층의 자살이 젊은이들과 비교할 수 없이 높다는 사실이다. 80살 이상의 자살률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인구 10만명당 100명 이상을 계속 웃돌다가 지난해에 와서야 94.7명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20대 자살률(15-25명 수준)의 5-7배에 달하는 것이다. 70대의 자살률도 9년동안 67-84명 정도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 노령층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4배에 이른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60살 이상의 자살률은 그나마 조금씩 줄고 있지만, 30-50대의 자살률은 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특히 50대의 자살률은 2005년 34.6명으로 60대(54.6명)보다 상당히 낮았으나, 2013년에는 38.1명으로 60대(40.7명)와 거의 같아졌다.
■ 강원, 충청 유독 자살 많아
2005년부터 2013년까지의 자살률 변화를 시도별로 나눠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 있다. 강원, 충남, 충북의 자살률이 다른 시도에 비해 확연히 높다는 점이다. 연령에 따른 자살률 차이를 보정한 '연령 표준화 자살률' 그래프는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강원도는 2005년 10만명당 31.7명으로 가장 낮은 서울(20.1명)보다 58%나 높았는데, 2013년에도 32명으로 22.6명인 서울보다 여전히 41% 높았다. (2013년에 자살률이 가장 낮았던 세종시의 14.7명보다는 117% 높은 수치다.) 충남과 충북도 강원도에는 못미치지만 꾸준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의 자살률이 낮고 도 지역의 자살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양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비교는 연령에 따른 자살률 차이를 보정한 것이기 때문에 시도별 연령 분포 차이와는 무관한 것이다.)
■ 자살이 느는 까닭
한국의 자살이 2000년대 이후 이렇게 높은 수준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살에 대한 국내 연구들이 주로 꼽는 자살 원인은 질병, 가족이나 애인과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회예산정책처가 1990년부터 2012년까지 23년치의 자살률을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비교해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나온 <자살예방사업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에 수록된 이 분석 결과를 보면, 자살률 변화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보인 요인은 출생률(조출생률, 1년간 태어난 아이 수를 그 해 총 인구로 나눈 수치)이다. 자살률과 조출생률의 상관계수는 -0.921에 달한다. 쉽게 말해 출생률이 늘면 거의 비슷한 양상으로 자살률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다만, 조출생률이 자살률의 원인이 된다거나, 그 반대라는 뜻은 아니다. 상관관계는 원인과 결과로 연결되는 관계와는 다르다. 한 변수가 변할 때 다른 변수가 어떤 연관 속에서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상관계수가 1이면 두 변수의 변화가 직선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에 못지 않게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지니계수(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다. 자살률과 지니계수의 상관계수는 0.915다. 빈부 격차가 늘면 거의 비슷한 양상으로 자살률도 는다고 볼 수 있다. 이혼율과 경제성장률도 자살률과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다만 실업률은 40대, 50대 남성을 빼고는 자살률과 거의 무관한 걸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상관관계 분석 결과에 대해 “사회적 불평등 심화, 전통적인 가족구조의 변화 등이 자살률 증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아래 그래프는 경제적 불평등을 고려하며 각 시도를 비교해본 것이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으로 보면 자살률이 가장 높은 강원도와 충청도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2010년부터 공개된 1인당 개인 소득 그래프를 보면 자살률이 낮은 서울, 울산과 자살률이 높은 강원, 충청의 격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다만 1인당 소득이 가장 낮은 전남의 자살률이 강원도나 충청도보다 낮다는 점에서 소득이 시도별 자살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건 무리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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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자살률 (단위: 10만명당 명) | |||||||||||
2003년 | 2004년 | 2005년 | 2006년 | 2007년 | 2008년 |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
10대 | 4.5 | 3.7 | 4.2 | 3.5 | 4.6 | 4.6 | 6.5 | 5.2 | 5.5 | 5.1 | 4.9 |
20대 | 15.2 | 13.8 | 17.7 | 13.8 | 21 | 22.6 | 25.4 | 24.4 | 24.3 | 19.5 | 18 |
30대 | 21.8 | 20.6 | 21.8 | 16.8 | 22.4 | 24.7 | 31.4 | 29.6 | 30.5 | 27.3 | 28.4 |
40대 | 28.2 | 29.5 | 28.3 | 24.9 | 26.3 | 28.4 | 32.8 | 34.1 | 34 | 30.9 | 32.7 |
50대 | 34.8 | 38.1 | 34.6 | 33.6 | 31.1 | 32.9 | 41.1 | 40.1 | 41.2 | 35.3 | 38.1 |
60대 | 48.5 | 51.5 | 54.6 | 47.1 | 47.7 | 47.2 | 51.8 | 52.7 | 50.1 | 42.4 | 40.7 |
70대 | 72 | 81.9 | 80.2 | 74.0 | 78.5 | 72 | 79 | 83.5 | 84.4 | 73.1 | 66.9 |
80살 이상 | 114.6 | 127.1 | 127 | 112.8 | 117.3 | 112.9 | 127.7 | 123.3 | 116.9 | 104.5 | 94.7 |
시도별 연령 표준화 자살률 (단위: 10만명당 명) | |||||||||
2005년 | 2006년 | 2007년 | 2008년 |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
전국 | 24.7 | 21.3 | 23.9 | 24.7 | 29.1 | 28.7 | 28.8 | 25.1 | 25.1 |
서울 | 20.1 | 17.1 | 19.6 | 20.7 | 24.6 | 24.3 | 24.6 | 21.2 | 22.6 |
부산 | 26.1 | 21.2 | 24.1 | 25.9 | 29.3 | 29.3 | 28.6 | 26.5 | 24.9 |
대구 | 22.9 | 20.4 | 22.6 | 24.5 | 28 | 27.9 | 27.5 | 22.4 | 24.1 |
인천 | 26.7 | 23.5 | 24.1 | 27.2 | 30.7 | 31 | 31.2 | 29.4 | 27.9 |
광주 | 20.6 | 17.5 | 23.6 | 22.1 | 28.8 | 30.7 | 26.1 | 24.6 | 21.6 |
대전 | 27.7 | 23.7 | 25.3 | 22.9 | 31.1 | 29 | 29 | 24.1 | 22.6 |
울산 | 23.5 | 18.3 | 21.3 | 23.4 | 25.9 | 24.6 | 25.5 | 22.8 | 23.6 |
세종시 | 33.6 | 14.7 | |||||||
경기 | 26.2 | 22.1 | 23.2 | 24.6 | 28.8 | 28.9 | 29.2 | 25.5 | 25.8 |
강원 | 31.7 | 27.4 | 33 | 33 | 38.1 | 36.8 | 37.7 | 31.4 | 32 |
충북 | 31.3 | 26 | 28.4 | 30.6 | 37.5 | 31.9 | 33.6 | 30.6 | 29.3 |
충남 | 32 | 27.9 | 31.7 | 30.3 | 38.8 | 36.9 | 36.5 | 30 | 30.3 |
전북 | 23.8 | 22.7 | 28 | 26.8 | 31 | 28.3 | 31.6 | 25.1 | 24.5 |
전남 | 21.8 | 20 | 21.8 | 23.8 | 28 | 29 | 27.8 | 25.8 | 25.7 |
경북 | 25.1 | 22.8 | 26.2 | 25.1 | 29.2 | 29.7 | 30 | 27.1 | 25.8 |
경남 | 26.8 | 24.1 | 27.4 | 27 | 29.2 | 29.3 | 29.2 | 24 | 24.3 |
제주 | 27.3 | 20.5 | 24.5 | 28.1 | 31.7 | 30.2 | 28.5 | 29.4 | 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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