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가 열렸던 지난 1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가면과 선글라스 등을 쓴 ‘젊은 패션디자이너’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패션노조’ 제공
‘패션노조’ 카페, 부당관행 반대 나서
채용 때 ‘55사이즈 이하’ 공고 등
자료들 모아 인권위에 진정하기로
채용 때 ‘55사이즈 이하’ 공고 등
자료들 모아 인권위에 진정하기로
“디자이너를 뽑으면서 ‘몸뚱아리 차별’하는 기업들, 이제 그럴 날도 얼마 안남았습니다!. 자료를 모아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데 패션노조가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21일 ‘패션 노조’란 이름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www.facebook.com/gorightfashion)엔 이런 글이 올라왔다. 막내 디자이너를 피팅 모델로 쓰려고 채용 공고에 버젓이 ‘55사이즈 이하’라고 명시하는 패션계 관행을 바꾸겠다는 이야기다.
화려한 패션계 뒤편에서,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도제식 노동’이라는 이유로 벌어지던 어두운 관행을 바꿔보자는 제안을 한 이는 별칭 ‘배트맨 D’다. 그는 이달 초 ‘패션 노조’란 이름으로 네이버 카페(cafe.naver.com/rightfashion)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한달도 안돼 17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좁디좁은 패션계에서 업계 종사자가 실명 계정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큰 패션 기업에 들어간 친구부터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게 된 친구까지 전부 모이기만 하면 하소연이 이어졌어요. 무급 헬퍼, 무보수 인턴이란 말 들어보셨어요?” 24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쉴새없이 말을 이어갔다. “매일 새벽까지 야근 시키고도 최저임금은 커녕 한달에 60만원도 못받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다들 가만히 있으니 바뀌질 않잖아요?”
제안 이후 패션계 노동 착취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면접 때 신체 치수 보게 옷을 갈아입으라더군요.” “디자인 쪽 업무는 커녕 최소 3년동안은 손님 차 접대만 하래요.”
지난 22일 막내린 국내 최고의 패션 축제 서울패션위크 기간엔 그의 제안으로 오프라인 시위도 열렸다. 축제 첫날인 17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1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2012년 현재 전국에 패션 관련학과가 있는 4년제 대학만 40개, 여기에 2년제 대학과 각종 패션 스쿨 등을 더하면 한 해에 배출되는 패션 관련 전공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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