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0일 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항공보안법 위반과 업무방해, 강요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남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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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공보안법 위반과 업무 방해, 강요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발부돼 30일 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조 부사장 관련 증거를 조작·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운진(57)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도 함께 구속됐다.
김병찬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밤 10시30분께 “(검찰 수사) 기록에 의하면 피의자들의 혐의 내용에 대한 소명이 이루어졌다. 이 사건 사안이 중하고 사건 초기부터 혐의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두 사람의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밤 11시 조금 넘어 조 전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남부구치소로 떠나기에 앞서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서울서부지검 청사 현관 앞에 선 조 전 부사장은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만 세 차례 반복한 채 기자들의 대부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구속된 여 상무는 “심려를 끼쳐드려서 국민께 죄송하고, (자신에게 국토부 조사 상황을 상세히 알려준 혐의로 앞서 구속된) 국토부 김 조사관을 비롯해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여 상무는 그러나 “김 조사관을 통해 국토부 수사상황을 알아낸 것은 조사 보고서를 통째로 받은 게 아니라 정보보고 수준이었다”고 해명하고, “조 전 부사장에게 국토부 조사 내용을 수시 보고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런 보고는 업무 절차상 하는 일이었을뿐”이라고 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 ‘증거 인멸 교사 혐의’를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는 그가 여 상무과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 등을 제시하며 증거 인멸 우려에 따른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조 전 부사장이 지난 5일 미국 뉴욕 존에프케네디공항에서 여객기를 회항시킬 때 국내에 있는 여 상무에게 연락해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문책과 이를 위한 상황 파악을 준비시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10분께 법원에 출석한 조 전 부사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오전 11시45분께 법원 청사를 나와 검찰청사로 이동하면서도 취재진의 거듭되는 질문에 입을 다물고서 자신을 호송한 검찰 직원의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숙였다. 취재진과 검찰 직원들이 뒤엉켜 실랑이가 벌어지는 과정에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법정에서도 여러 차례 눈물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장과 승무원들의 진술을 조 전 부사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짜맞추고 허위 진술을 종용한 혐의를 받는 여 상무는 법원에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주장을 했다. 그는 “물의를 빚어서 죄송하다. 하지만 파렴치한 짓을 한 적이 없다. 누구에게 돈을 준 적도 없고 누군가를 협박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오후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도 “(국토교통부 조사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국토부 조사관과 돈거래를 한 적이 없다”며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증거 인멸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