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채증활동규칙 개정안 통과
시민사회 “불법채증 부추겨” 비판
시민사회 “불법채증 부추겨” 비판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의경에게도 채증 권한을 주는 한편, 등록되지 않은 개인장비로도 채증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불법행위 발생 전부터 자의적으로 채증을 해오던 관행도 규정만 일부 손질했다. 인권단체 등이 주장해온 기본권 침해 항목들을 아예 규정으로 명문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은 20일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규칙’ 개정안이 최근 경찰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규칙은 ‘채증’을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녹화·녹음’에서 ‘불법행위 또는 이와 밀접한 행위를 녹화·녹음’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채증 요원에 직업경찰이 아닌 일반의경도 포함시켰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채증용으로 지급된 장비가 아닌 개인소유 스마트폰 등으로도 채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경찰은 “채증의 범위, 의경 채증, 채증 장비 사용 등에 대한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지난해 국가인권위가 채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고, 경찰청장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경찰의 자의적 채증을 더욱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사무차장은 “대법원 판례는 영장 없이 채증하려면 범죄가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여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불법행위가 일어나기 전에 채증하는 것을 아예 명문화했다”며 “채증은 범죄증거를 수집하는 수사인데, 의경에게 수사업무를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관련 단체들은 채증활동규칙과 이에 따른 채증행위에 대해 위헌소송을 준비하기로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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