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이 28일 낮 서울 마포구 동교동 주택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홍대·명동 등 명소 중심으로
무허가 숙박업소 운영 성행
적발돼도 벌금 200만원 불과
업체들 “누가 법 지키겠느냐?”
무허가 숙박업소 운영 성행
적발돼도 벌금 200만원 불과
업체들 “누가 법 지키겠느냐?”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직장인 이아무개(40)씨는 요즘 중국인 관광객(유커)들과 같은 건물에 산다. 이씨가 살던 4층짜리 원룸 건물 일부가 게스트하우스로 ‘전용’됐기 때문이다. 유커들이 밤새 술을 마시고 복도에서 떠드는 통에 생활이 엉망이 됐다고 한다.
“건물 주인이 입주민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한층 5개 방 가운데 3개를 게스트하우스로 쓰더라고요. 원룸으로 알고 계약했는데 말이죠.”
2013년 5월부터 살고 있는 이씨의 원룸 건물이 ‘게스트하우스화’한 건 지난해 7월이다. “너무 시끄러워서 중국어로 ‘제발 복도에서 떠들지 말아달라’고 써서 복도에 붙여놨는데 누군가 떼어버렸더라고요.” 건물주에게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정 싫으면 이사 가라”는 통보였다고 한다.
연간 중국인 관광객 600만명 시대가 열리면서 유커들이 많이 찾는 홍익대 주변과 명동 등 서울 도심에서 원룸과 오피스텔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무허가 숙박업소들이 판치고 있다. 원룸과 오피스텔을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에 해당하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일반 가정집의 빈방을 활용해 외국 관광객에게 한국의 생활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 방 하나짜리 원룸은 애초부터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포구의 경우 구청에 등록된 게스트하우스는 모두 163곳이다. 마포구청은 미신고 상태에서 불법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를 등록업체보다 많은 200여곳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예약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3번 출구 근처에만 16개 업소가 구청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영업하고 있다. 대부분 원룸이나 오피스텔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불법운영하는 업소들이다. 주변 원룸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비어 있는 원룸을 게스트하우스로 돌려 운영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 업소의 대표는 “원룸 공실을 놀리느니 급증한 유커를 대상으로 한 숙박시설로 바꿨다”고 했다.
불법 게스트하우스들은 숙박업소에 요구되는 안전기준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화재보험에 들지 않고 소화기 등 기본적 설비조차 갖추지 않은 곳도 있다. 마포구 문화관광과는 “미인가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소방안전과 위생 관련 규정의 적용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화재 등 소방안전 부분은 전반적으로 취약하다”고 했다.
허가를 받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들은 울상이다. 홍익대 근처 서교동에서 합법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아무개(48)씨는 “원룸으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손님이 확 줄었다. 원룸 게스트하우스는 불법이라 세금도 안 낸다. 단속에 걸려도 세금보다 적은 액수의 벌금만 내면 되는데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고 했다. 불법 게스트하우스 업주에게는 200만~300만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된다.
불법 게스트하우스가 난립하는 배경에는 ‘중국 자본’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동교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아무개(48)씨는 “홍대 일대에 최근 문을 연 게스트하우스들은 모두 돈 많은 화교 자본이 지은 것이다. 결국 중국인들 사이에 돈이 돌고 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광정책과는 “1년에 두차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 구청이 합동 단속을 벌이지만 우후죽순으로 불법 업소들이 생겨나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단속 횟수를 늘리는 등 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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