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무개(47·남) 부장은 국내 한 대기업에서 22년째 일하고 있다. 5년 전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그 뒤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입사 때인 20대 후반만 해도 키 172㎝에 몸무게 60㎏으로 제법 날렵한 체형이었다. 지금은 몸무게가 80㎏이다. 그새 허리둘레도 77㎝(30인치)에서 95㎝(37인치)로 늘었다. 전형적인 ‘아저씨 몸매’다. 복부비만·고혈압·고지혈증 같은 질병은 주로 생활습관 변화에서 비롯된다. 생활습관병은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다. 이런 위험인자를 동시에 여럿 가질 때 ‘대사증후군’으로 분류한다.
이씨는 뭔가 대책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하루 한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술 때문인지 몸무게는 줄지 않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는 약을 먹어야만 관리가 된다.”
<한겨레>는 이씨처럼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중년 직장인이 어떤 신체 변화를 겪어 왔는지 추적하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도움을 받아 직장생활 초기부터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아온 직장인들의 검진 기록을 살펴봤다.
지난 20여년간 한 전자제품 회사에서 일해온 김아무개(48·남)씨가 그 가운데 전형적인 사례였다. 김씨의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는 입사 5~6년차인 2001년까지만 해도 정상 범위였다. 그러나 직장생활 10년째(2005년)에 이르자 몸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체질량지수가 26.5로 비만에 접어들었고, 혈압(89~139㎜Hg)은 고혈압 초기 단계로 진입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240㎎/㎗)보다 높아지기(248㎎/㎗) 시작했다. 18년차에 접어든 2013년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혈압(98~147㎜Hg)은 더 높아졌고 총콜레스테롤(246㎎/㎗)은 여전히 ‘정상’ 범위 밖이다.
대사증후군 환자는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남녀 사이의 차이도 도드라진다.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남성은 직장생활 10년차 안팎인 30대의 23.7%가 대사증후군으로 분류됐다. 이후 40대 30.6%, 50대 36.2%, 60대 38.4%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여성은 30대의 3.4%만이 대사증후군을 앓았다. 그러나 50대(19%)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다 70대에 최고조(42.1%)에 이른다.
김상현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핑계로 20·30대부터 커피나 술, 흡연량이 늘어나는데 이런 나쁜 습관에서 헤어나오지 않으면 40대부터는 심장 및 혈관 질환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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