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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창진 “조현아, 야수가 먹잇감을 찾듯 양 이빨을 갈면서…”

등록 2015-02-02 21:00수정 2015-02-03 08:37

‘땅콩 회항’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의 결심(구형)공판이 열린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조 전 부사장 등 피고인들을 태운 호송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땅콩 회항’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의 결심(구형)공판이 열린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조 전 부사장 등 피고인들을 태운 호송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땅콩 회항’ 결심 공판
증인으로 나와 “노예처럼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했다”
조 전 부사장 “비행기를 되돌린 적 없다…기장이 판단”
“승무원 매뉴얼 위반 명백…잘못 지적은 현장에서” 주장도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일 결심공판에서 “비행기를 되돌린 적 없다”며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 혐의를 부인했다. 또 “승무원들의 매뉴얼 위반은 지극히 명백한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발 A380 항공기를 세우게 한 것은 “서비스에 화가 났기 때문”이라면서도 “비행기를 되돌린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램프 리턴과 관련해 “기장에게 최종 판단을 넘겼다”며, 자신이 강제 회항을 시키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했지만 비행기를 세우거나 되돌린 것은 기장의 책임에 속하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은 검찰 신문에서 박 사무장과 승무원이 서비스 매뉴얼을 위반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현장(기내)에서의 행동이 정당한가’라는 검사의 질문에는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은 현장에서 해야 한다”면서도 “그 뒤에 보인 행동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폭언과 폭행 혐의는 대체로 인정했지만 매뉴얼이 들어 있는 서류철로 박 사무장 손등을 내리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30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12월30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 전 부사장은 자신에게는 박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이런 행동이 “업무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 했다. 재판장이 ‘평상시에도 직원들을 함부로 대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평소 태도’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공판 막바지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의 진술은 ‘작은 폭행’ 혐의는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으로 무거운 항로변경 혐의는 적극 부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피해자인 박 사무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이후 두달 만에 처음으로 조 전 부사장과 대면했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에 앞서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조 전 부사장의) 인권 유린”을 언급하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공항에서 저를 어쩌면 한번 죽였다고 할 수 있다. 한 인간으로서 존재감을 강탈당했다. 마치 봉건시대 노예처럼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모습을 “마치 야수가 먹잇감을 찾는 듯이 양 이빨을 갈면서… 폭행을 하면서… 더 이상 대화가 안 됐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 쪽 서창희 변호사가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자 “조 전 부사장이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세워’라는 발언을 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못박았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황’ 사건의 피해자로 그 뒤 50여일간 병가를 냈던 박창진 사무장이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황’ 사건의 피해자로 그 뒤 50여일간 병가를 냈던 박창진 사무장이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 사무장은 검사가 “‘관심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실제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재판부는 박 사무장이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를 조 전 부사장의 양형(형량을 정하는 것)에 참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공판에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출석시켜 “회사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확약’을 받기도 했다. 박 사무장의 이런 진술이 양형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 사무장은 “단순한 노동자, 소모품 같은 존재지만 조 전 부사장과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내가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하다 눈물을 흘렸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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