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제청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원세훈 선거법 1심무죄’ 비판 김동진
‘대법관 보수인사 추천’ 비판 송승용
‘지방→수도권’ 관례깨고 ‘지방→지방’
2000년 이후 전례없어…경고 메시지
상고법원 추진…인사통치 강화 우려
‘대법관 보수인사 추천’ 비판 송승용
‘지방→수도권’ 관례깨고 ‘지방→지방’
2000년 이후 전례없어…경고 메시지
상고법원 추진…인사통치 강화 우려
지난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비판했다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김동진(46·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가 법원 정기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법원장의 새 대법관 임명 제청이 실질적인 대법관 다양화와 거리가 있다는 글을 올린 송승용(41·29기) 판사도 희망지와는 동떨어진 곳으로 전보됐다. ‘양승태 대법원’이 인사권을 이용해 판사들을 길들이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최근 발표된 23일자 법원 정기인사에서 인천지법으로 발령났다. 김 부장판사는 2011년 춘천지법에서 근무했고 2012년부터 3년간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근무했다. 2년씩 ‘지방-수도권-서울’을 순환근무하는 인사순환 시스템에 따라 이번에는 서울 동부·서부·남부·북부지법 가운데 한 곳으로 발령나는 게 원칙에 맞는다.
법원 안팎에서는 징계를 해놓고 인사로 또다시 불이익을 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인천이라면) 심하게 유배 보낸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이 아직 그 일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인사”라고 평했다.
지난달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자로 보수 성향 판검사 출신 인사 3명이 추천된 것을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린 송승용 판사도 희망하지 않은 곳으로 발령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들은 통상 지방 발령 때 최대 10순위까지 근무 희망지를 적어 낸다. 관례에 따르자면, 2년 전 인사에서 서울로 옮기지 않고 수도권(수원지법)에서 4년 연속 근무한 송 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약간의 배려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는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옮기게 된다. 법원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법원 안에서 ‘(인사 불이익이) 무서워서 글도 마음대로 못 올리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법원 관계자는 “통영지원은 법원 내에서도 엘리트 판사들을 보내는 지역이다. 송 판사에게 불이익을 준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독재정권 시절 ‘소신 판결’을 하거나 입바른 말을 하는 판사들을 인사로 길들여왔다. 1980년대 시위학생들을 무죄 방면한 박시환 판사가 인천지법에서 춘천지법 영월지원으로 전보된 게 대표적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이와 비슷한 일이 거의 없었는데, 보수적인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서며 정권의 ‘심기’를 거스른 판사들을 인사로 다스리는 일이 재연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인사를 통해 판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개별 판사들의 업무(재판)에 개입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장의 임기(6년)는 대통령(5년)보다 길다. 이 때문에 더욱이 대법원장 눈 밖에 날 만한 언행을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양 대법원장이 총력을 기울여 추진중인 상고법원이 대법원장의 ‘인사 통치’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법관을 배출할 핵심 인재 풀 구성을 대법원장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는 “상고법원은 최고심 법관을 단 한사람이 마음대로 뽑는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다. 대법원장에게 그런 권한을 주고 있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느냐? 그런 인사권을 쥘 사람 스스로 그런 제도를 추진하는 것도 유례가 없다”고 했다.
이경미 김선식 기자 kmle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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