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인덕대 기호중, 여범모, 성명철씨. 사진 인덕대학 제공
인덕대 성명철·여범모·기호중씨
자동차의 차체는 단단한 쇠로 이뤄진다. 그에 앞서 진흙으로 차 형태를 먼저 만든다. 좀 더 완성도 높고 효과적인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디자이너의 스케치에 맞게 진흙으로 수만번씩 차의 모형을 뜨는 기술자를 ‘클레이 모델러’라고 한다. 국내에 200명도 안 되는 희귀한 직종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에 나란히 클레이 모델러로 취업한 기호중(25·왼쪽부터)·성명철(26)·여범모(24)씨는 인덕대 디지털산업디자인학과 동기생들이다. ‘청년 백수’ 시대에 희귀 유망업종에 당당히 자리를 잡은 이들은 학창시절 학과 학회장, 임원, 졸업전 운영위원장 등을 사이좋게 나눠 맡으며 취업을 준비했다.
고교 시절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높았던 성씨는 전국대학생디자인공모전 등 4차례에 걸쳐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번 현대자동차 지원을 위해 만든 포트폴리오도 최대한 단순한 컬러와 디자인에 주력해 제품이 지닌 특장점을 살리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화려한 컬러로 만드는 데서 벗어난 것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것 같다”고 그는 스스로를 평가했다.
재학 중에 우연히 본 영화에서 ‘모델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는 여씨는 “모델러가 매우 매력 있는 직업이라 생각해 국내에서 길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디자인적으로 예쁘게 구성하는 데 치우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자체에 ‘시간 스토리’를 부여해 본인이 디자인한 제품을 어떤 시간대에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함께 표현한 것이 입사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씨는 “모든 상황과 사물에서 디자인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사물과 상황의 근본을 이해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고 디자이너의 자세를 이야기했다.
이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지난해는 76%, 2015년에는 약 80%를 기록하고 있다. 주로 중소기업 디자인실, 디자인 전문회사로 들어간다. 이들은 재학 중 ‘멘토 프로그램’이 큰 도움을 줬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초청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궁금한 점을 묻는 과정에서 꿈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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