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환자안색 확인 가능 여부와
의료정보 유출 우려 등 검증해야”
정부 “사업참여부터”…갈등 고조
의료정보 유출 우려 등 검증해야”
정부 “사업참여부터”…갈등 고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원격의료시스템의 기술적 안전성을 공개 검증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범사업을 수행하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드러난 낮은 수준의 원격의료기기 활용과 허술한 보안시스템 등의 문제가 심하면 환자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원격의료의 안전성을 함께 확인해보자는 요구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를 안전성 검증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의-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의협의 자체 확인 과정에서 오진의 위험성과 의료정보 유출 위험 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공개 검증을 진행해 원격의료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원격의료도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인 만큼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뜩이나 시범사업 기간도 짧고 참여하는 의료기관의 수도 적은데, 환자 안전까지 무시하는 지금의 원격의료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정부는 의협 등 의료계가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해 9월부터 일부 지역 보건소와 동네의원 몇 곳을 대상으로 홀로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등과 함께 2월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격의료체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협이 그때 지적한 문제는 ‘개인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과 ‘허술한 정보보안 규정’, ‘원격의료기기 품질관리의 문제’ 등이다. 이경호 교수는 2일 “일반인이 흔히 쓰는 스마트폰도 1000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를 탑재하는데, 원격의료에 쓰이는 화상카메라는 200만 화소 수준”이라며 “환자의 낯빛은커녕 구체적 생김새조차 확인되지 않는 수준의 영상기기로 진료 행위를 하면 오진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2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는 되레 환자를 위협할 수 있다며 시범사업 확대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 단체의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일반적인 대면 진료에선 당뇨병 환자의 당수치가 평소보다 높게 나오면, 의사는 장비만 믿기보다 이곳저곳을 만져보거나(촉진) 증세의 경과 등을 따져물어(문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하려고 노력한다”며 “직접 대면이 불가능한 원격진료에서는 기기·시스템의 기술적 안전성 검증이 더욱 중요한데, 정부는 이를 무시한다”고 짚었다.
반면 정부는 원격의료의 안전성 공개 검증 등 의료계의 요구와 관련해 ‘의협이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면 함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시범사업에는 참여하지도 않은 채 안전성을 공개 검증하자는 것은 앞뒤가 바뀐 요구”라며 “의협이 주장하는 안전성 공개 검증은 시범사업에 대해 외부에서 이런저런 평가만 하겠다는 것으로, 관점에 따라서는 문제만 지적하겠다는 태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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