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중대한 사항 공개 필요”
감염의사와 접촉 1500여명 주민들
“시 발표 전까지 몰라” 공개 찬성
문형표 “개인 보호했어야”
의사환자 정보공유 여부 놓고
시-복지부 주장 크게 엇갈려
감염의사와 접촉 1500여명 주민들
“시 발표 전까지 몰라” 공개 찬성
문형표 “개인 보호했어야”
의사환자 정보공유 여부 놓고
시-복지부 주장 크게 엇갈려
서울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서울 대형병원 의사(35번째 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한 데 대해,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시민 불안과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조처가 적절했다는 주장도 많다.
■ “예방효과 커” vs “혼란 야기”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오전 11시 시청에서 구청장들과 연석회의를 열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방역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에 이렇게 중대한 것은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입장이 달라 직접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경솔하게 행동해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입장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정 모임 참석자 전원을 감염 위험자로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개인의 보호를 위해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공방은 과연 복지부의 대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과 맥이 닿아 있다. 35번 환자가 증상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바깥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35번 환자가 2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의심증상이 확인된 지난달 29일부터 메르스를 전파시킬 수 있었다는 점 자체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복지부는 환자가 정확히 의심증상을 보인 시점(지난달 31일)부터 격리시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35번 환자의 아내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35번 환자가 참석한 재건축조합 총회 장소에 함께 있던 1500여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서울시가 정보를 공개한 데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대표는 “조합원들과 많이 통화했는데, 서울시 발표 전까지는 아무도 내용을 몰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 정보 공유 됐나 안 됐나?
서울시와 복지부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대목은 35번 환자에 대해 양쪽이 언제부터 환자 이동 경로와 상태, 관련 대책을 제대로 공유했느냐는 것이다. 박 시장은 “35번 환자가 1500여명의 시민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상황을 3일 밤 우연히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구청장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이 지방정부 단체장을 모두 모아 대책회의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장관은 “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의심환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를 신속히 실행하고 이 정보를 공유했으며 서울시와 접촉자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특히 “5월31일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서울시 역학조사관 등과 단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 역학조사관은 중앙역학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서울시에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고, 보고해서도 안 되는 입장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와 복지부의 주장을 살펴보면,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증상 발현 시기와 이동 경로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서울시는 “전적으로 복지부로부터 4일 저녁 8시에 통보받은 내용에 근거한 것으로, 만약 증상 발현 시기 등의 정보가 틀렸다면 복지부 역학조사 결과의 객관성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35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31일 오후부터이고, 그 뒤로는 돌아다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30일에는 증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음성원 임인택 기자 esw@hani.co.kr
[그래픽 뉴스] ‘메르스 대란’, 당신이 꼭 알아야 할 10가지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시청사에서 연 서울 구청장과의 연석회의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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