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적극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감염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감염자를 양산한 병원에 정보공개를 압박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도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요구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메르스 환자의 직장과 거주지, 자녀의 학교 등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당장 뜨거운 지지와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여러 지점에서 찬성과 반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지지와 비판에 앞서 어떤 법적 근거를 토대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런 행보를 하고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메르스와 관련해 정부의 의무와 국민의 권리를 규정한 법률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입니다.
(▶관련 법령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이 법 제6조 제2항은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발생상황을 알 권리가 있다’는 뜻은 단순히 현재 환자가 몇 명이라는 정보뿐 아니라, 최초 발생 환자가 어디에서 생겼고, 현재 감염병이 어디로 확산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법률만 봤을 땐, 비공개로 일관하다 마지못해 병원 이름을 공개한 정부의 조처가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감염병 예방법은 시·도지사에게 강력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제18조 1항은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하여야 한다”, 3항은 “누구든지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방해하거나 회피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합니다.
역학조사 대상에는 △감염병 환자 등의 인적 사항 △감염병 환자 등의 발병일 및 발병 장소 △감염병의 감염 원인 및 감염 경로 △감염병 환자등에 관한 진료기록 △그 밖에 감염병의 원인 규명과 관련된 사항 등이 포함됩니다.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역학조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겁니다.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에 “폐쇄조처를 내릴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감염병 예방법에 근거조항이 있습니다. 이 법 제47조는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병 환자 등이 있는 장소나 감염병 병원체에 오염되었다고 인정되는 장소의 교통을 일정한 기간 차단 △감염병 병원체에 감염되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적당한 장소에 일정한 기간 입원 또는 격리 등의 조치를 해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적극적으로 정보도 제공해야 합니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조항입니다. 감염병 예방법 제35조 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을 시·도지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항은 “시·도지사는 제1항에 따라 통보된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에 따라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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