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 방문 뒤 ‘의심 증세’ 땐 병원 가지 말고 신고하세요

메르스 비상

대책본부 “의료기관 방문 말고
지역번호+120으로 연락하길”
3차 감염 가능성 차단 조처
검사·치료비 전액 국가부담
격리 노동자 유급휴가 받도록 조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1층 현관에서 8일 오전 오가는 시민들이 장갑을 세정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e-mail]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병원에 다녀온 뒤 열이나 기침 등 전형적인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당장 병·의원을 찾기보단 보건당국에 신고한 뒤 집에서 대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미 증상이 생겼을 때 병원을 찾았다가 다른 환자나 의료진을 접촉해 메르스를 옮기는 ‘3차 감염’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8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은 평택성모병원(경기 평택),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 대전에 있는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 등 6곳이다. 평택성모병원은 지난달 15~29일,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27~31일, 대청병원은 지난달 22~30일, 건양대병원은 지난달 28~30일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날이다. 대책본부는 또 이날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6월5일~6일)과 건국대병원 응급실(6월6일)에도 76번째 메르스 확진환자가 경유한 사실을 공개하고 “2곳의 병원은 환자가 발생한 병원은 아니지만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 기간에 해당 병원을 찾은 방문자에 대해 “증상이 의심되면 절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말고 자택에서 대기하며 보건복지부 누리집이나 콜센터 등에 신고한 뒤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메르스에 걸리면 초기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한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이 나타난다. 하지만 열이 38도까지 오르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다. 대신 구토나 설사 등 소화기계 증상이 초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또 호흡기 증상이 악화되면 숨 쉬기가 힘든 호흡곤란 증상도 생긴다.

메르스 환자가 있었던 병원을 해당 기간에 찾은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메르스 핫라인 번호인 ‘043-719-7777’이나 지자체 콜센터 번호인 ‘지역번호+120’으로 연락하면 된다. 이때 별다른 증상이 없어 자택격리가 결정되면 지자체에서 하루에 2번 이상 모니터링을 하게 된다.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확진판정을 받느라 소요된 검사 비용과 치료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의심 증상이 있음에도 검사비 등이 부담돼 보건 당국에 바로 신고하지 않으면 격리 조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 사회 감염’(병원 밖 감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더라도 환자가 내야 할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돈은 국비와 지방비로 전액 지원받게 된다. 또 증상이 없음에도 병원에 격리되는 사람 역시 건강 보험을 적용받기 때문에 환자 본인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날 메르스 격리대상자로 분류된 노동자들이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격리자가 발생하면 취업규칙에 병가 등 유급휴가를 부여하도록 하겠다. 실업급여자나 직업훈련생까지 격리 기간을 (훈련 기간 등에 포함해) 인정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병원에 근무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들은 나중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지 김민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