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면 ‘차별’…‘메르스 대비’ 마음대로 못하는 인천공항 노동자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떠나는 한 의료봉사단이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e-mail]

탑승업무·면세점 근무자 못쓰게
혼자 썼다가 내근조처 받기도

하루 12만여명이 입출국하는 인천공항은 메르스 방역의 ‘최전선’이자 ‘최후방’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일하는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 방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지 못한다. 노동자의 건강권은 물론 메르스 방역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지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인천공항에서 탑승수속 업무를 하는 이 항공사 노동자가 7~8일 이틀간 마스크를 쓰고 카운터 업무를 했다가 ‘사무실에서 근무하라’는 회사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에서다. 신철우 지부장은 “지난 2일부터 회사 쪽에 마스크와 장갑 등 보호장구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일부 승객들이 ‘왜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고 묻는 등 승객 감염 우려를 씻어내기기 위해서라도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쪽은 “승객들 중에는 직원이 마스크를 쓰면 ‘내가 감염이라도 시키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병원 내 감염만 확인된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리지 않았지만 자발적 착용까지는 막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탑승객 상대가 빈번한 면세점 직원들도 마스크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들의 협력업체인 부르벨코리아 노동조합은 원청회사인 면세점 업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허가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면세점 쪽은 임신한 노동자만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면 웃는 모습으로 고객을 대할 수 없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일괄 착용 지시는 하지 않았다. 자율적으로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인천공항 내 상당수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서 근무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보안검색 협력업체 직원 등에게 지난 2일 마스크 9400개를 지급했다. 세관이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나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공항 노동자 전체에 대한 마스크 착용 지침이 있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태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