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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감옥 같았는데 이제 해방이네요”…격리 해제 ‘순창 마을’

등록 2015-06-19 09:15수정 2015-06-19 11:30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14일동안 마을이 통째로 격리됐다가 19일 풀려난 전북 순창군 장덕마을에서 방역요원들이 골목골목 소독을 하고 있다. 2015.6.19  (순창=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14일동안 마을이 통째로 격리됐다가 19일 풀려난 전북 순창군 장덕마을에서 방역요원들이 골목골목 소독을 하고 있다. 2015.6.19 (순창=연합뉴스)
주민 헌신적 협조 ‘모범사례’…농산물 수확·판매 걱정
“정부가 잇따른 방역실패로 애꿎은 주민 죽음으로 몰아”
30여개 단체서 도움의 손길…“답답한 생활에 큰 힘 됐다”
"어찌나 답답한지 일 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감옥생활이 따로 없었는데 이제 그야말로 해방입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해 마을이 통째로 격리된 전북 순창군 장덕마을의 이장 성인식(58)씨는 19일 새벽 격리에서 해제된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70대 주민이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마을의 출입이 갑작스레 통제된 것이 지난 4일 자정께이니 꼬박 14일 만이다.

메르스 사태가 난 이후 마을이 통째로 격리된 것은 장덕마을이 처음이었다.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전북도와 순창군의 선제적인 격리 조치와 주민들의 헌신적인 협조로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의심환자도 나오지 않았고 이날 0시를 기해 격리에서 해제됐다.

격리 해제와 동시에 마을로 통하는 3곳의 길목을 막아섰던 경찰관과 공무원들도 이날 0시를 기해 모두 철수했다.

조만간 이들이 머물렀던 대형 천막과 컨테이너가 철거되면 이제 '격리'의 흔적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행정자치부, 농협, 새마을금고 직원들과 자원봉사단체 회원들이 1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으로 인력난을 겪고있는 전북 순창지역에서 농작물 수확 일손돕기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5.6.18  (서울=연합뉴스)
행정자치부, 농협, 새마을금고 직원들과 자원봉사단체 회원들이 1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으로 인력난을 겪고있는 전북 순창지역에서 농작물 수확 일손돕기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5.6.18 (서울=연합뉴스)
마을 주민들은 102명의 격리 대상자 가운데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은 채 보름 가까운 기간의 고통(격리)을 감내했다.

정치권과 언론뿐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 모범적인 방역 사례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음대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하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는 성씨는 격리가 해제된 직후 "내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제 주민들의 마음은 온통 논밭에 가 있다.

한창 수확해야 할 복분자며 블루베리, 매실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확이 끝난 오디는 반 남짓밖에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격리가 해제됐다고 해도 걱정거리는 한둘이 아니다.

복분자나 블루베리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메르스 마을'이라는 낙인 때문에 일꾼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약 주문마저 대부분 취소된 상황이니 판로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마을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이다.

긴급 생계비는 지원받았지만, 평소 소득의 반에도 미치지 못해 이미 생활비는 동나다시피한 상태다.

한 일용직 근로자는 "보름 남짓이나 일터를 비웠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사람들로 대체된 상태"라며 "가뜩이나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농촌지역이어서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순창 ‘메르스’ 출입통제 마을에 지원된 반찬. 연합뉴스
순창 ‘메르스’ 출입통제 마을에 지원된 반찬. 연합뉴스
주민 양희철(41)씨는 지난 12일 숨진 주민(51번 환자·72·여)의 안타까운 사연을 호소했다.

양씨는 "그분은 별다른 말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순창에 내려왔다는데 격리 지시를 어기고 무단 이탈한 것으로 발표됐다"며 "아무쪼록 좋은 곳에 가서 평안히 쉬기를 바란다"고 애도했다.

양씨는 이어 "정부가 잇따른 방역 실패로 애꿎은 주민을 죽음으로 몰고 평화로운 농촌 마을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며 "철저한 방역으로 어서 빨리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각계에서 보내준 관심과 성원에 대한 감사 인사 또한 잊지 않았다.

장덕마을에는 30여개 기관과 단체에서 1억1천만원어치가 넘는 구호품이 답지했다.

라면과 쌀, 빵, 생수, 김치, 삼계탕, 손 소독제 등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다며 매실과 꾸지뽕 진액, 전복, 쇠고기를 보내준 곳도 있었다.

순창군청 직원들은 매일 두 차례 마을에 들러 발열 여부를 검사하고 아픈 주민에게는 직접 약을 타다 주기도 했다.

치매에 걸린 한 할머니에게는 직접 밥상을 차려주고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를 해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을 부녀회장 신정순(68)씨는 "이런 물심양면의 지원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답답한 생활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다"며 "얼굴도 모르지만 주민들과 함께 고맙다는 전화를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순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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