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보도진이 퇴장하길 기다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민 10명 중 6명은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 해명을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4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해킹 스파이웨어 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를 국정원이 구입했다고 시인했지만, 민간인 사찰용이 아닌 해외 북한 공작원 감청을 위해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 해명을 신뢰하는지 15일 여론조사를 벌여 17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58.2%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1.4%는 ‘신뢰한다’고 답했고, ‘잘 모르겠다’는 10.4%였다.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국정원 해명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신뢰 21.7% vs 불신 68.0%)에서 불신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전·충청·세종(28.8% vs 66.8%), 광주·전라(21.5% vs 64.8%), 대구·경북(35.0% vs 53.1%), 경기·인천(34.5% vs 52.9%) 차례였다. 부산·경남·울산(신뢰 47.4% vs 불신 45.9%)에서는 ‘신뢰’와 ‘불신’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대별로는 40대 이하에서는 불신한다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60대 이상(신뢰 47.4% vs 불신 35.5%)에서는 신뢰한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30대(16.7% vs 77.1%)에서 불신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20.6% vs 69.4%), 40대(24.2% vs 62.3%) 차례였다. 50대(신뢰 46.5% vs 불신 49.1%)에선 불신과 신뢰 응답이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야 지지층 간에는 불신과 신뢰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 지지층(신뢰 67.1% vs 불신 21.5%)에서는 ‘신뢰한다’는 응답이 ‘불신한다’는 응답의 3배를 넘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3.9% vs 93.3%)에서는 절대 다수가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무당층(신뢰 11.8% vs 불신 72.7%)에서도 ‘불신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번 조사는 19살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15일 진행됐다. 응답률은 6.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였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