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소유 건물로 10월 이전”
접근성·상징성 떨어져
인권위 위상 낮아질 우려
접근성·상징성 떨어져
인권위 위상 낮아질 우려
위원장 교체를 앞둔 국가인권위원회가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서울광장 옆 청사를 떠난다.
인권위는 2001년 출범 때부터 사용해온 서울 중구 무교동 청사를 떠나 명동성당 근처인 서울 중구 저동 나라키움저동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긴다고 2일 밝혔다. 지난 4월 현병철 위원장 주재로 전원위원회를 열어 10월 초·중순께 청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한 인권위는 그동안 건물 임차료가 전체 운영비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청사 임차료로 43억여원을 썼다.
인권위는 청사 이전으로 연간 8억원가량 임차료를 아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소유한 나라키움저동빌딩은 입주 뒤 5년간 임차료 인상이 없고, 그 뒤에도 인상 폭이 낮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새 청사 건물은 건축비용 문제가 해결되는 2038년 이후에는 아예 임대료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2038년까지 이 빌딩 11~15층을 사용한다.
그러나 접근성이 좋고 눈에 잘 띄던 서울 도심 한복판을 떠나면서 위상도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명숙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활동가는 “서울에서 가장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세워진 인권위 청사에 그동안 많은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인권 상담과 진정, 기자회견 등을 하려고 찾아왔다. 8억원을 아끼려고 10년 넘게 쌓여온 상징성을 포기하면서 인권위의 위상이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몇달 전 직원들에게 청사 이전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또 출범 당시 협력했던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도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청사 이전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내·외부 의견을 제대로 모으지 않고 위원장 임기 말에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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