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오일.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여름엔 오일
다이어트에 좋다는 코코넛 오일, 조혜정 기자의 일주일 섭취 체험기
다이어트에 좋다는 코코넛 오일, 조혜정 기자의 일주일 섭취 체험기
신이 내린 몸매 미란다 커가 먹는단다. 관능적인 입술만큼 매력적인 몸을 가진 앤절리나 졸리도 먹는단다. 마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아라도 “튀기든 굽든” 먹는단다. 하다못해 팔뚝이라도 노출해야 하는 여름의 절정, 신속하게 살을 뺄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도 절정에 이르는 시기, 그들이 몸매 관리를 위해 먹는다는 코코넛 오일에 대한 관심도 다시 치솟고 있다.
코코넛 오일 다이어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하루 3번, 밥 먹기 20~30분 전에 엑스트라 버진 코코넛 오일 15㎖를 마시면 된다. 그냥 먹는 게 부담스럽다면 요리할 때 식용유 대신 써도 되고, 샐러드 드레싱 등으로 활용해도 된다. 그렇게 먹어서 누구는 석달 만에 11㎏을 뺐고, 누구는 몇주 만에 9㎏을 뺐다는 ‘전설’도 나돈다.
인간이 먹는 음식 중 가장 열량이 높은 기름을 먹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코코넛 오일엔 동맥경화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포화지방산이 버터나 육류의 기름기 등 동물성 지방보다 높은 92%나 들어 있다. 그런데 이 포화지방산이 다 같은 포화지방산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코코넛 오일 예찬론자들은, 포화지방산의 한 종류인 ‘중사슬 지방산’이 코코넛 오일 성분의 60%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사슬 지방산은 몸속에 들어갔을 때 소화효소의 도움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방산보다 흡수속도가 4배가량 느리고, 에너지 대사는 10배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몸에 쉽게 쌓이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신진대사율을 높여 다른 지방의 분해를 촉진하는데, 캐나다에서 했던 한 연구에선 과체중인 사람이 먹는 기름을 코코넛 오일 같은 중사슬 지방산으로 모조리 바꾸면 매년 잉여 지방 16㎏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코코넛 오일은 1g당 열량이 8.6㎉로, 9㎉인 다른 지방보다 조금 ‘가벼운’ 편이다.
반론도 있다. 코코넛 오일의 중사슬 지방산 가운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지방산은 13%에 불과하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라우르산은 별다른 작용을 못한다는 것이다. 모유에도 들어 있는 라우르산의 주요 기능은 항균·살균이다. 박민선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 섭취 열량이 1000㎉ 안팎으로 지나치게 적게 먹는 사람의 경우엔 기름을 어느 정도 먹어줘야 기초대사량을 유지할 수 있어서 살이 빠지는데 그 기름이 꼭 코코넛 오일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 적게 먹는 대신 기름을 먹어서 살이 빠지는 걸로 볼 수 있는데, 보통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오히려 살이 찔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진대사율 높이는 코코넛 오일
그냥 먹고 음료에 넣어 먹고
식용유 대신 요리해 먹은 결과…
‘일주일로는 효과 미미’ 결론
먹을 거냐, 말 거냐 선택은 당신 몫 그래서!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과체중과 비만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비루한 몸뚱어리도 새 삶을 기획해볼 수 있을지 가늠해보기로 했다. 음식 섭취를 제한할 필요 없이, 원래 먹던 대로 먹으면서 코코넛 오일만 더 먹으면 된다고 하니 점심·저녁에 먹을 코코넛 오일을 출근할 때 챙겨 나오는 귀찮음만 감수하면 됐다. 일주일 동안 하루 3번씩, 유기농으로 재배한 코코넛을 압착해 만든 엑스트라 버진 코코넛 오일을 먹어보기로 했다. 1일차. 첫날이니만큼 그냥 숟가락으로 코코넛 오일을 떠먹어 봤다. 원래 비위가 약하고 음식을 좀 가리는 편인데, ‘기름’을 그냥 먹는 게 이상하다는 선입견 탓인지 격하게 느끼했다. 발을 동동 구르다 마침 눈에 띈 다디단 파이 하나를 폭풍흡입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4일차 말고는 저녁에 먹는 오일은 계속 이렇게 그냥 먹었다. 갈수록 적응이 되긴 했다. 2일차. 평소 아침식사로 검은콩, 검은깨, 검은쌀 등으로 만든 선식을 우유에 타서 먹는데, 코코넛 오일을 먹는 동안은 여기에 오일을 넣어 먹기로 했다. 평소대로 밀폐물병에 우유를 붓고 선식을 넣은 뒤 오일 15㎖를 추가했다. 달큰한 코코넛 향이 기분 좋았다. 선식이 잘 섞이도록, 늘 하던 대로 뚜껑을 닫고 힘차게 흔들었다. 아뿔싸. 코코넛 오일은 섭씨 25도 이하에선 고체화되는데, 냉장고 안에 있던 차가운 우유와 마구 섞었더니 그만 작은 공처럼 뭉쳐버리고 말았다. 최악을 상상하며 뭉친 오일을 숟가락으로 쪼개 입에 넣었는데, 초콜릿 조각 같은 식감이 났다. 액체 상태의 오일을 그냥 마시는 것보단 나았다. 점심땐 식사를 마친 뒤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오일을 섞어 먹었다. 찬 우유에 부었을 때보다 코코넛 향이 더 강하게 올라왔다. 함께 식사를 한 사람이 한 모금 먹어보더니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고 하긴 어렵지만, 커피의 쓴맛을 코코넛 오일이 중화시켜주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6일차를 제외하면 다른 날 점심때도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오일을 넣어 먹었다. 저녁을 먹기 전 오일을 먹는 내 모습을 보더니 동료들도 한번씩 먹어보겠다고 나섰다. 신승근 대중문화팀장은 “위 내시경 검사할 때 식도를 마취하려고 먹는 약 같은데? 코코넛 오일 먹으면 살 빠진다는 게, 속을 느끼하게 해서 다른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것 아냐?”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김영희 문화부장은 “생각보다 괜찮은데? 이 정도면 먹을 만해. 차가워져서 굳으면 오히려 더 먹기 힘들 것 같아”라고 했다. 음식문화 담당인 박미향 기자는 “이것만 퍼먹는 건 맛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샐러드나 가벼운 채소 요리의 드레싱으로 써야해. 조금만 뿌려도 향이 강하기 때문에, 화장할 때 블러셔로 마무리를 하는 것처럼 요리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한 점을 찍어주는 역할이면 충분해”라고 덧붙였다. 3일차. 아침에 먹을 땐 오일이 굳지 않도록, 물병 안에 숟가락을 넣고 살살 저어 먹었다. 출근했더니 김영희 부장은 “코코넛 오일을 먹고 난 뒤 저녁 회의 시간 내내 배가 아팠다”고 했다. 코코넛 오일을 먹기 시작하면 초반에 몸속 독소가 빠져나가면서 명현 반응으로 설사, 복통, 두통 같은 게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그는 그 뒤로 오일을 먹지 않았다. 정작 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4일차. 다른 방식으로 코코넛 오일을 먹어보기로 했다. 퇴근 뒤 시장에서 기름기 없는 샤브샤브용 쇠고기 등심과 숙주나물을 샀다. 달군 궁중팬에 코코넛 오일 15㎖를 두르고, 마늘 10개를 편으로 두껍게 썰어 넣었다. 느끼함을 좀 잡아보고 싶었다. 마늘이 반 정도 익은 뒤 고기를 넣고, 잠깐 있다 숙주나물을 넣은 뒤 굴소스를 넣어 뒤적거렸다. 마늘을 그렇게 잔뜩 넣었는데도 코코넛 향이 더 강했다. 유명한 외국 향수 브랜드의 조향사가 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냄새가 마늘 냄새라고 했는데, 코코넛 향을 두고는 뭐라고 할지 궁금해졌다.
6일차. 몸이 축축 늘어지는 휴일 점심. 자투리 재료들을 정리할 겸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팬에 코코넛 오일을 두르고, 편으로 썬 마늘과 작게 깍둑썰기한 양파를 넣어 볶다가 양파 크기로 썬 스팸, 4등분한 양송이버섯, 어슷썰기한 대파와 밥을 넣고 섞었다. 밥을 팬 한쪽으로 몰아두고, 달걀 하나를 깨트려 넣고 마구 휘저은 뒤 다시 밥이랑 섞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접시에 옮겨 담았다.
다른 재료의 향이나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코코넛 오일의 향만 강했다. 볶은 재료에 비해 한번에 섭취해야 하는 코코넛 오일의 양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삼시세끼 코코넛 오일을 먹으며 지낸 일주일. 몸무게는 0.2㎏이 줄었다. 그게 코코넛 오일 때문일까? 사실 하루에 많게는 0.7㎏이 줄어든 날도 있었고, 0.7㎏이 늘어난 날도 있었다. 그건 전날 저녁에 뭘 먹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바빠서 김밥 한 줄로 넘어갔을 땐 다음날 체중이 줄었고, 저녁 약속이 있어 술과 함께 기름진 음식을 먹은 다음날은 불어났다. 일주일은 코코넛 오일을 먹는 것만으로 다이어트가 된다, 안 된다 결론 내리기 어려운 시간이었던 셈이다. 다만, 잘 안 먹는 볶음요리까지 해 먹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평소보다 기름을 많이 먹었는데도 체중이 불어나지 않은 점은 신기했다. 코코넛 향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커리나 볶음쌀국수, 오리엔탈 드레싱을 만들 때 넣어보고 싶었고, 기름을 꼭 써야 하는 구이·볶음 요리엔 1회 섭취량인 15㎖보다 양을 줄여 활용하면 느끼함도 향도 과하지 않게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선택은 당신의 몫. <코코넛 오일의 기적>의 지은이인 브루스 파이프 박사는 이렇게 썼다. “코코넛 오일로 살을 빼는 최선의 방법은 현명한 다이어트와 병행하는 것이다.”
참고도서: <코코넛 오일의 기적>, <치매 없는 건강한 삶 기적의 코코넛 오일>
글·사진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그냥 먹고 음료에 넣어 먹고
식용유 대신 요리해 먹은 결과…
‘일주일로는 효과 미미’ 결론
먹을 거냐, 말 거냐 선택은 당신 몫 그래서!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과체중과 비만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비루한 몸뚱어리도 새 삶을 기획해볼 수 있을지 가늠해보기로 했다. 음식 섭취를 제한할 필요 없이, 원래 먹던 대로 먹으면서 코코넛 오일만 더 먹으면 된다고 하니 점심·저녁에 먹을 코코넛 오일을 출근할 때 챙겨 나오는 귀찮음만 감수하면 됐다. 일주일 동안 하루 3번씩, 유기농으로 재배한 코코넛을 압착해 만든 엑스트라 버진 코코넛 오일을 먹어보기로 했다. 1일차. 첫날이니만큼 그냥 숟가락으로 코코넛 오일을 떠먹어 봤다. 원래 비위가 약하고 음식을 좀 가리는 편인데, ‘기름’을 그냥 먹는 게 이상하다는 선입견 탓인지 격하게 느끼했다. 발을 동동 구르다 마침 눈에 띈 다디단 파이 하나를 폭풍흡입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4일차 말고는 저녁에 먹는 오일은 계속 이렇게 그냥 먹었다. 갈수록 적응이 되긴 했다. 2일차. 평소 아침식사로 검은콩, 검은깨, 검은쌀 등으로 만든 선식을 우유에 타서 먹는데, 코코넛 오일을 먹는 동안은 여기에 오일을 넣어 먹기로 했다. 평소대로 밀폐물병에 우유를 붓고 선식을 넣은 뒤 오일 15㎖를 추가했다. 달큰한 코코넛 향이 기분 좋았다. 선식이 잘 섞이도록, 늘 하던 대로 뚜껑을 닫고 힘차게 흔들었다. 아뿔싸. 코코넛 오일은 섭씨 25도 이하에선 고체화되는데, 냉장고 안에 있던 차가운 우유와 마구 섞었더니 그만 작은 공처럼 뭉쳐버리고 말았다. 최악을 상상하며 뭉친 오일을 숟가락으로 쪼개 입에 넣었는데, 초콜릿 조각 같은 식감이 났다. 액체 상태의 오일을 그냥 마시는 것보단 나았다. 점심땐 식사를 마친 뒤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오일을 섞어 먹었다. 찬 우유에 부었을 때보다 코코넛 향이 더 강하게 올라왔다. 함께 식사를 한 사람이 한 모금 먹어보더니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고 하긴 어렵지만, 커피의 쓴맛을 코코넛 오일이 중화시켜주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6일차를 제외하면 다른 날 점심때도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오일을 넣어 먹었다. 저녁을 먹기 전 오일을 먹는 내 모습을 보더니 동료들도 한번씩 먹어보겠다고 나섰다. 신승근 대중문화팀장은 “위 내시경 검사할 때 식도를 마취하려고 먹는 약 같은데? 코코넛 오일 먹으면 살 빠진다는 게, 속을 느끼하게 해서 다른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것 아냐?”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김영희 문화부장은 “생각보다 괜찮은데? 이 정도면 먹을 만해. 차가워져서 굳으면 오히려 더 먹기 힘들 것 같아”라고 했다. 음식문화 담당인 박미향 기자는 “이것만 퍼먹는 건 맛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샐러드나 가벼운 채소 요리의 드레싱으로 써야해. 조금만 뿌려도 향이 강하기 때문에, 화장할 때 블러셔로 마무리를 하는 것처럼 요리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한 점을 찍어주는 역할이면 충분해”라고 덧붙였다. 3일차. 아침에 먹을 땐 오일이 굳지 않도록, 물병 안에 숟가락을 넣고 살살 저어 먹었다. 출근했더니 김영희 부장은 “코코넛 오일을 먹고 난 뒤 저녁 회의 시간 내내 배가 아팠다”고 했다. 코코넛 오일을 먹기 시작하면 초반에 몸속 독소가 빠져나가면서 명현 반응으로 설사, 복통, 두통 같은 게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그는 그 뒤로 오일을 먹지 않았다. 정작 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코코넛 오일로 만든 쇠고기숙주볶음.
코코넛 오일로 만든 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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