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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혼자 살아남은 자의 후회

등록 2015-08-10 21:39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자살 카페’ 회원 20대
“어리석은 선택 반성”
국민참여재판서 선고유예
‘자살 카페’에서 만난 20대 두 명이 함께 목숨을 끊으려다 한 명은 숨지고 한 명은 생명을 건졌다. 살아남은 이는 죽은 이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10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공판에서 법원의 판단은 선고유예였다.

우울증이 있던 박아무개(26)씨는 지난해 11월 역시 우울증을 앓던 ㅅ(당시 25살·사망)씨를 한 인터넷 자살 카페에서 알게 됐다. 두 사람은 그해 12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함께 목숨을 끊기로 했다.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술을 나눠 마시고 약을 먹었지만, 5시간 뒤 박씨는 잠에서 홀로 깨어났다. 그의 옆에는 ㅅ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었다. 박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살아남은 박씨는 ‘생의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그는 이날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이효두)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배심원들에게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용서와 기회를 주신다면 다시 한번 열심히 살겠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뒤 병원에 취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변호인도 “박씨는 초등학교 때 사고로 머리를 다쳤고,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신장투석을 받으며 파출부 일을 하느라 딸을 돌보지 못했다”며 ‘개인사’를 들어 배심원들을 설득했다. 변호인은 “자기 한 몸 추스르기 어려운 박씨에게 옆에서 피 흘리는 사람을 돕지 않았다고 비난할 수 있겠느냐”며 선고유예를 주장했다.

검찰도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는 일은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져야 한다”면서도 “박씨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실형이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배심원들은 이날 저녁 재판부에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을 내면서도 “박씨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단서를 달았다. 재판부는 “젊은 나이에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서 마음을 돌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점을 고려했다”며 박씨에게 징역 6월에 선고유예 2년을 선고했다.

(24시간 자살 상담 직통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희망의 전화 129, 청소년자살예방센터 1599-3079)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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